女참정권 상징 노란꽃 헌화
“그녀 희생 덕분에…” 눈물도

8일 주요 정당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온 역사적인 미국 대선이 진행되면서, ‘여성 참정권의 어머니’ 수전 B 앤서니의 묘비가 ‘나는 투표했다(I voted)’라고 적힌 투표 스티커로 덮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앤서니의 묘 앞에는 투표에 참여한 후 감사 인사를 표하려는 여성 유권자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미 뉴욕 로체스터의 앤서니 묘비 앞에는 300여 명의 여성이 긴 행렬로 서서 차례로 감사 인사를 남겼다. 앤서니의 묘비 옆에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사진과 앤서니의 사진이 나란히 붙은 팻말이 꽂혀 있었다.

어떤 여성은 여성참정권 운동의 상징인 노란색 장미꽃다발을 두고 가기도 했고, 또 다른 사람은 묘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묘지 관리소 측은 이날만 방문시간을 오후 9시로 연장하기까지 했다.

1820년에 태어난 앤서니는 미국에서 최초로 대선 투표에 참여한 여성이다. 투표권이 없는 여자가 투표에 참여했다는 죄만으로 재판장에 선 적도 있었던 그는 뉴욕에서 노예제 폐지, 여성 참정권 운동을 주도했다. 전미여성참정권협회 회장, 미국노예제반대협회 뉴욕 대의원을 지냈으며, 1979년 발행된 1달러 동전의 초상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 시민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첫 여성 대통령을 위해 투표했다”며 “그녀(앤서니)가 감수했던 희생 덕분에 오늘날 나는 여성으로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눈물을 보였던 또 다른 시민은 “이전에는 투표를 한 이후 눈물이 난 적이 없었지만, 딸들이 투표권을 갖게 됐을 때 (소중함을) 깨달았다”며 “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