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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투표소 르포… 신보영 특파원

“클린턴, 美 단결시킬 인물”
“트럼프, 美 바꿀거라 믿어”
뜨거운 민심, 높은 투표율로
긴 줄 행렬 끊임없이 이어져

“이렇게 대립적 선거전 처음
누가 되든 화합에 힘쏟아야”
극단적 분열 염려 목소리도

“도널드 트럼프는 정신이 나간 후보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최대 부패한 정치인입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8일 오전 10시 수도 워싱턴에 인접한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투표소에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민주당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공화당의 트럼프를 지지하는 운동원들이 간간이 구호를 외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표적인 경합주인 만큼 열기는 상당했다. 뜨거운 민심을 반영하는 첫 번째 지표는 바로 높은 투표율이었다. 마운트 버넌 레크리에이션센터 투표소의 선거관리 담당자인 샌드라 랭겔은 “4년 전인 2012년 현재 이 시각 투표율에 비해 올해가 훨씬 높다”면서 “버지니아 북부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는 줄이 길게 서 있다더라”고 전했다.

알렉산드리아 투표소 2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표심도 정확하게 반반으로 갈렸다. 이날 라일스 크라우치 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40대 여성 변호사인 메리 베스롱은 “클린턴이 너무 부패하고, 거짓말을 많이 해서 마지못해(reluctantly) 트럼프에게 투표했다”면서 “트럼프의 여성차별 발언은 역겹지만, 트럼프가 미국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마운트 버넌 투표소에서 만난 흑인 여성 트레이시 워싱턴은 “클린턴은 평생 공직에 종사하면서 이미 그 능력을 증명했으며, 미국을 단결시킬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라면서 “트럼프는 사업가로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논리·표현을 그대로 반복했다. 50대 후반의 백인 남성 조지프 키일스는 트럼프가 집중 사용한 “클린턴은 사기꾼(crook)”이라면서 “무당파이지만 이번에는 인생 처음으로 공화당의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은퇴한 백인 남성 데이비드 보크(65)는 “트럼프는 미쳤다(crazy)”면서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전 세계가 미국의 옳은 선택에 만세를 외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번 선거로 인한 극단적 분열을 염려하고, 클린턴 당선 시 ‘최초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가 세워지는 데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패트리샤라는 이름의 82세 할머니는 “정말 이번 선거처럼 대립적으로 치러진 캠페인은 처음 겪었다”면서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배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에게 투표했던 베스롱도 “내가 변호사인데, 절대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정책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여러분도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마크 워너(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도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내일부터 미국은 분열을 극복하는 데 온 힘을 다 쏟을 것”이라면서 화합을 강조했다.

알렉산드리아(버지니아)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