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오전 서울대 강연에서 “안녕하십니까”라며 한국어 인사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또 “대한민국,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로 마무리했다. 시 주석은 한국과 중국 간의 오래된 인연을 일일이 사례로 소개하면서 한국에 대한 친근함을 강조했다.

감색 양복에 노란색 넥타이를 맨 시 주석은 온화하게 웃는 표정으로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오연천 서울대 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했다. 그는 “이번 국빈방문은 옛 친구를 만나러 온 것이기도 하다”면서 “역사를 돌아보면 중국과 한국의 친선에 대한 미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각종 사례를 소개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당시 자신이 선물했던 서예 작품 글귀 ‘천 리 멀리까지 보기 위해 다시 누각을 한 층 더 오르네(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를 다시 언급하면서 “우리(한·중) 관계는 더 높게 올라가고 목표는 더 원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동 발전하는 동반자, 지역 평화에 기여하는 동반자가 되고 아시아의 넓은 대륙과 바다가 우리 협력의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한반도 양국(남북한) 관계가 개선되길 바라고, 한반도의 자주 통일을 지지한다”며 “한반도 인민들의 자주 통일 꿈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것에 반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안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서울대생들은 시 주석이 1박 2일이란 짧은 일정에도 학생들을 위해 직접 강연자로 나선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 허성은(재료공학·20) 씨는 “정치인들만 만나기에도 시간이 촉박했을 텐데 대중을 상대로 강연을 펼친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이번 강연이 양국 관계 개선에 좋은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중국 교환학생으로 떠나는 김한준(전기공학·25) 씨는 “젊은세대와 소통하려는 시 주석의 강연을 들으면서 양국의 밝은 미래를 봤다”면서 “향후 방한하는 국빈들도 이런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유학 중 시 주석의 강연을 듣게 된 중국 유학생들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이번 강연이 한·중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2년 전 서울대로 유학 온 진하이빈(金海彬·조선해양공학·24) 씨는 “양국 간 관계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면서 “정치인들이 아닌 대학생들을 상대로 펼친 이번 강연이 한국사람들에게 중국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학을 온 리청쉐(李成學·소재화학·23) 씨도 “이번 강연이 시 주석의 엄숙한 이미지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세영·강승현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