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은 한·중 정상회담으로 한국과 중국이 협력을 강화했다고 평가하면서 한·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공략해 미국의 아시아 지역내 영향력 확대 정책을 견제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한·일, 중·일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밀월관계’를 과시하면서 일본을 압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박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전략’을 내건 미국과 미국 주도의 아시아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면서 “시 주석이 미·일과 한국을 분리하려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시 주석이 추진 중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한국에 제의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요미우리는“미·일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중국 주도의 질서를 만든다는 발상”이라고 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중국에 접근하는 한국의 모습은 합리적인 측면이 있는 한편으로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더 중요한 것이어야 할 한·미·일 연계와의 균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적극적으로 해양 진출을 하고 국방비를 증대시키고 있는 등 우려가 많다”면서 “그런데 한국은 ‘대중 견제’는 미국과 일본에 맡겨두고 자신은 실리를 획득하는 것에 분주한 자세가 눈에 띈다”고 비판했다.

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미국의 우려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에 대한 문제는 공동성명,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두 언급되지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한·중이 공동투쟁을 하는 것으로 보이면 미국의 불신을 살 수 있고, 한·일 관계가 필요 이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NHK는 “(한·중 정상이)일본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피했다”면서 “한국이 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을 경계하는 미국에 대한 배려”라고 해석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한·중 정상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지 않은 것도 일본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미동맹을 견지하면서 한·중관계 강화를 양립시키는 것이 박근혜 정권의 외교 목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