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된 문화, 역사의 뿌리를 토대로 중국 외교의 새로운 전례를 세웠다.”

중국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냉전의 근대사로 인한 아픔도 있지만 그보다 오랜 역사적 유대감이 지금 한·중 양국을 새로운 이익공동체로 묶고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론은 특히 안중근 의사를 거론하며 한·중은 함께 일본 침략에 맞서 싸웠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4일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이 같은 내용의 중국 당국 평론을 게재했다. ‘국평(國平)’이라 언급된 이 평론은 관영 신화(新華)통신, 환추스바오(環球時報) 등 전 중국 매체가 공동으로 전하고 있다. 평론은 먼저 이번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은 시 주석 취임 후 처음 이뤄지는 것으로 방문의 규모 등으로 볼 때 기존과 비교해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평론은 특히 “중·한 양국은 함께 외국의 침략자를 막아내는 전쟁 중에 안중근 의사와 같이 한·중 양국에서 공통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나오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평론은 “역사적 이유로 양국 간에는 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현 시점의 아시아 태평양,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한·중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느냐는 것은 중국이 당면한 국제적·지역적 과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평론은 이에 한·중 관계에 대한 중시는 시 주석의 국제 외교전략의 포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론은 “양국 간의 경제교류가 주목되지만 그것은 어찌 보면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라며 “보다 중요한 것은 체제가 다른 중·한 양국이 평화 5개항의 토대 위에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신형관계를 맺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4일 공식 발표문을 통해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내년은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의 70주년이자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및 한반도의 광복 70주년이며 양측은 기념행사를 거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전날 중국 CCTV의 신원롄보(新聞聯播)와 신화망(新華網) 등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그러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단독 정상회담에서 일본 역사 인식과 관련된 문제는 다뤄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이 오갔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고 밝혀 대화 내용 공개에 대해 한·중 간에 미묘한 입장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