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방한 이틀째를 맞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대 강연에서 일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일본의 역사왜곡, 과거사 도발에 대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작심하고 비판했다. 시 주석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수백 년 역사 동안 한·중 양국이 손을 맞잡고 일본의 군국주의 침략에 맞서왔던 역사공조였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10시 40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 5층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국의 임진왜란부터 20세기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시기를 언급하며 한·중 양국이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공통된 역사를 강조했다. 전날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에서는 국제사회의 외교관례를 감안해 일본을 적시하면서까지 비판하는 방식을 자제했으나 이날 강연은 전혀 달랐다.

특히 시 주석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도하는 일본의 우경화 및 퇴행적 역사인식에 기반을 둔 과거사 도발에 대해 한국과 중국 간의 공통적인 경험과 공조의 역사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20세기 상반기 일본 군국주의자의 야만적인 침탈로 한국과 중국의 영토는 강탈당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양국 모두 큰 고난을 겪었고 양국 인민들은 서로 생사를 같이하고 서로 도왔다”며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한국 광복군 유적지 등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상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마다 양국은 서로 도우며 서로 극복했다”면서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양국 인민들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자로서 이례적으로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을 언급했다. 이어 “당나라에서 공부하고 벼슬까지 했던 최치원, 명나라 때 고려를 건너온 공소, 중국 각지를 전전하신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사례 등을 보면 양국 국민들이 오래전부터 교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양국관계의 발전에 대해 “수교 이후 지금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서로의 핵심적 관심사를 존중하고 서로의 편의를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인민들은 중국 특수의 사회주의를 따라 중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 역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위해 애쓰고 있고 이러한 우리의 발전이 서로 협력해 역사적인 기회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론에 대해 “다른 곳에서 중국을 매서운 악마로 형용하기도 하는데 이런 생각들은 옳지 않다”면서 중국 위협론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중국이 ‘평화로운 대국’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일관되게 협력을 추진하는 대국이 될 것”이며 “세계 인민들과 함께 발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박 대통령 방중 당시 중국어로 먼저 친구가 되자고 했는데 이는 양국 간 옳은 관계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의리를 먼저 찾고 이익은 나중에 취하라는 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동북아의 현재 정세와 관련, “우리는 안보위협을 쇄신하고 공동, 종합적, 협렵적 안보방향에 따라 지역국가들의 상호신뢰·평등·협력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척끼리 서로 잘 되길 바라는 것처럼 양국도 마찬가지”라며 “한반도 양국(남북) 관계가 개선되길 바라고 한반도 자주 통일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우리는 한반도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것을 반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영·강승현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