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을 표면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들은 또 시 주석의 방한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한·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일본과의 과거사문제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긍정평가를 하고 있다.

3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된 질의 응답식 논평에서 “시 주석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 대한 전술적인 이동 조치를 취했지만, 이것이 한국으로 전략적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자주 만나는 것은 한국과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의미인가’라는 질의에 “절대로 아니다”라면서 “박 대통령의 열망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6월 베이징(北京) 한·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취임 이후 다섯 차례 만났다. 하지만 차 석좌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에는 한반도 미래 비전과 관련해 중요한 대화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두 정상은 단기적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문제를 논의했겠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박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한반도의 미래 비전을 이해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아시아에서의 외교 다툼’이라는 제목의 아시아판 머리기사에서 전문가들의 발언 등을 인용, 시 주석이 악화된 한·일관계를 활용해 미국 동맹국 사이의 유대를 해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미국 싱크탱크인 맨스필드재단의 프랭크 자누지 사무총장이 “중국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한국을 떼어낼 기회를 감지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에서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확대되는 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도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역내 동맹체제가 약화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강경파에 속하는 브루스 클링어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은 북핵 반대 입장을 공유했지만 비핵화 방법에 대해서는 시각차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위기를 조장하는 어떤 조치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