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하루 앞둔 10일까지 상호비방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민생·정책 대결은 끝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상급식 등 정책 이슈가 주요 쟁점이 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 총선은 폭로전만 난무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거운동 전면전에 들어가기 전 여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정책 이슈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며 정책 대결을 예고하는 듯했다. 3월 초 새누리당은 야당을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추진했던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반대하는 부분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공격했다.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이에 맞서 “한미 FTA는 노 전 대통령 당시와 다른 것이고,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문제”라며 공방을 이어갔다.

이러한 여야의 정책 대결은 지난해 정점을 이뤘다는 평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꺼낸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후 치러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사실상 ‘무상급식’이라는 정책이 선거의 최대 화두였다. 당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범야권 후보의 정책 대결은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차이로 크게 갈렸다. 나 후보는 대표 공약으로 ‘생활복지기준선’ 마련을 내걸었던 반면 박 후보는 보편적 복지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정책 대결 실종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야의 정책 차별성이 사라진 현상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강원택(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여야가 전부 복지를 이야기하고 정책적 차별성도 별로 없으니 내세울 이슈가 없는 것”이라며 “선거전이 진행될수록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정책보다는 다른 이슈를 부각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내놓은 공약들은 표를 의식한 판박이 공약으로 여야의 대립각이 서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민주화, 복지 등 여야가 강조하는 핵심 정책들은 새누리당의 맞춤형 복지,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등 표현만 일부 다를 뿐이다.

정책 실종은 여야 정책자료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야 모두 한미 FTA로 피해 보는 계층을 의식한 듯 한미 FTA 관련 후속 대책들은 두루뭉술하다.

새누리당은 ‘확실한 FTA 보완 대책 집행과 농어업피해예방 만전’ 외에 구체적 대책은 없었다. 민주당 역시 ‘불통과 독선의 MB역주행 4년 심판’ 공약에 ‘한미 FTA 재협상 관철’이 있을 뿐이다.

김동하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