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청와대는 절간처럼 조용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번주 내내 특별한 회의나 행사가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식목일 행사를 위해 경기 포천의 국립수목원을 다녀온 뒤 5일째 청와대 내에서 사실상 칩거 상태다.

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도 언행에 각별히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취지다.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놓고 지난주초까지 야당과 열띤 공방을 벌이던 홍보수석실도 최근에는 입을 닫고 있다. 야당이 시비를 걸지 않는다면, 청와대도 조용히 있겠다는 태도다.

청와대의 침묵 속에는 야권이 제기하는 ‘정권 심판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이번 선거가 청와대와 야당의 대결로 규정될 경우, 선거가 끝난 뒤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나서는 자체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여권 내부의 인식도 청와대가 목소리를 낮추는 이유다.

하지만 청와대도 속내는 복잡하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임기말 국정운영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한다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야당의 정치공세에 시달리다 임기를 끝내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이미 총선 이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다룰 국회 청문회를 열어 이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둔 상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4대강 사업 등 핵심 국정과제가 또 야당에 발목을 잡힐 개연성도 커진다.

청와대는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경합지역에 대한 자체 분석을 종합해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데 여념이 없다. A·B팀으로 나눠 선거 결과에 따른 대응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