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대통령 선거’를 8개월여 앞두고 실시되는 ‘4·11 국회의원 총선거’ 성적표는 주요 후보들의 대선 행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사실상 대선 전초전인 셈이다. 혼자서 선거를 치르다시피한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승리의 과실’을 독식할 수 있지만 패배의 책임도 고스란히 혼자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상임고문은 부산·경남(PK) 선거 결과에 따라 박 위원장에 대항하는 야권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의 대선 행보 역시 총선 결과에 크게 좌우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위원장은 최소 130석은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쇄신을 통한 보수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 총선에서 얻은 121석은 마지노선이다. 박 위원장은 ‘낙동강 전투’에서도 이겨야 한다. 새누리당이 130석 이상을 확보하더라도 PK 지역에서 민주당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 최대 승리자는 박 위원장이 아닌 문 상임고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 후보들이 대거 자리잡은 것은 대권 행보에 유리한 점이다.

문 상임고문에게 4·11 총선은 대중정치인이자 유력 대선 주자의 입지를 한꺼번에 다질 수 있는 기회다. 직접 출마한 부산 사상에서 승리하고 ‘문풍(文風)’으로 인근 지역 후보들과 함께 국회에 입성할 경우 대선 가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선이 유력한 조경태(부산 사하을) 후보와 본인 외 문성근(부산 북·강서을), 김경수(경남 김해을) 후보 등 경합 지역 승리가 절실한 까닭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PK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30% 이상 나올 경우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선거 기간 부산을 다섯번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총선 국면에서도 정치권에 직접 발을 들이지 않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재확인될 경우 차기 주자로 재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선 결과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 체제가 분명해지거나, 박 위원장 혹은 문 상임고문이 대선 주자 입지를 공고히 할 경우 안 원장의 선택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 전 대표는 서울 동작을에서 승리할 경우 새로운 도전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일단 본인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분당을 등 수도권에서 승리를 거둬 영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 전 대표, 손 전 대표와 더불어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은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행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