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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5∼6년 이상 준비해왔다고 하지만 핵심적인 사안은 아직 논의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단순한 거시경제 효과가 아니라 이슈별로 분석을 해야 합니다.”

정인교(경제학·사진) 인하대 교수는 1일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시장인 중국과의 FTA가 진전을 못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중 FTA에는 많은 민감한 이슈들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무엇이 민감한 이슈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며 “(본격적인)협상을 하면 모든 것을 원점에서 하게 될 것이고, 그런 면에서 중국과의 FTA를 결코 낙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 남미 공동체, 러시아, 중동 등과도 실질적인 진전이 늦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통상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들은 경제제도나 통상제도에 문제가 있는 국가들도 많기 때문에 전형적인 FTA보다는 개별국가와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새로운 FTA를 맺는 것 못지않게 기존 FTA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FTA 활용률이 한칠레 FTA를 제외하고 20∼30% 내외에 그치고 있다”며 “반면 선진국은 60∼70% 정도를 보이고 있어 내실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본적으로 정부는 제도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라며 기업들이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도 아직 부족하다. 정 교수는 “정부가 FTA 설명회,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며 “횟수, 인원 등 외형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교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월 발효가 예상되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들은 효과를 보겠지만, 거래가 없던 기업들은 상당히 애로가 커질 수 있다”며 “기업들이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FTA 이행 초기에 원산지 관련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며 “우리 기업이 타깃이 되지 않도록 이런 부분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지난해 발효된 유럽연합(EU)과의 FTA는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줄여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는 단일국가가 아니고 27개국으로 이뤄져 있어 개별 국가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며 “각 국가별로 정보 등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대외 통상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들이 앞다퉈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며 “FTA 등을 통해 한국의 통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