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하안송기자 song@munhwa.com

지난 1992년 이뤄진 한·중 수교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으면서 한·중 경제관계가 적지 않은 질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로 한·중·일 3국 간 역내 경제통합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남북 간 교역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한·중 수교는 냉전 직후 경제 발전을 최우선 국가 목표로 내세운 중국의 최고 정치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실용적인 정책방향 선회에 따라 성사됐다. 이후 양국 경제교류 규모는 빠른 속도로 확대돼 1992년 82억달러에서 2011년 11월 말 현재 2021억달러를 기록했다. 우리에게 있어 중국은 최대의 무역파트너이자 최대 투자상대국인 셈이다.

중국은 2003년 이후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다. 한국 교역에서 중국(홍콩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2년 4.0%에서 2001년 10.8%로 커졌고 2010년에는 21.1%(상반기는 25.0%)로 확대됐다. 2010년 현재 대중국 무역수지도 452억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145억달러였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불과 2년 만에 3배 이상 수준으로 커진 것. 이처럼 한국 교역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는 만큼 우리 경제의 중국 의존도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1~6월) 기준으로 금융위기 이전 대비 경제성장의 52%를 중국(홍콩 포함)과의 교역 효과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에 총수출 증가에서 대중 수출의 기여율은 134%에 달해 대중 수출 증가액이 총수출 증가액을 1.3배 이상 웃돌았다.

주력 수출업종의 중국 시장 의존도 역시 심각한 편이다. 전자부품의 대중 수출비중은 56%, 석유화학은 44%나 된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대중국 의존도가 특히 높은 업종의 경우 위험 분산 차원에서 수출시장이나 수입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교 이후 20년이 흐르는 동안 양국 간 교역관계에도 질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 수교 초창기 한국은 중국을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거점, 또는 제3시장 재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해 왔다. 즉 한·중 간 교역은 한국이 부품소재와 상대적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완제품과 상대적 범용품을 수입하는 ‘보완적 분업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구조에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중국 산업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이제 대중국 수입 특화 및 경쟁 분야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산업 및 교역구조도 경공업에서 정보기술(IT)산업과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급속히 고도화되고 있으며 중국 소비자의 고급 소비재 수요에 따라 소비재 수입비중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고도화 현상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중간재 가운데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부품·부분품의 수출비중이 증가하는 반면 반제품 비중은 급감하고 있다. 특히 최종재의 수출비중이 늘어나는 가운데 자본재와 소비재 모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중국의 가공단계별·품목별 수입 동향을 감안한 대중국 통상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수입구조 추세를 고려한 대중국 수출 유망품목을 발굴하고 수출을 늘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한·중 FTA 협상시 업종별 관세 인하와 동시에 가공단계별, 특히 소비재의 대중국 수출 확대에 유리하도록 관세인하안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식품 등 소비재의 비관세장벽을 완화하기 위한 통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남북 간 교역의 변화도 주목된다. 북·중 교역액 대비 남북 교역액 비중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확대돼 2007년 91% 수준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60% 수준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11년 상반기에는 33.2% 수준까지 떨어졌다.

남북 교역액은 2010년 3월까지는 북·중 교역액보다 많았으나 4월 이후 북·중 교역액이 남북 교역액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 남북 교역액은 전년대비 16.2% 감소한 반면 북·중 교역액은 94.9% 증가하면서 교역액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남북 간 정세 악화에 따라 남북 교역액의 경색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 교역 중단으로 인한 북한의 대중 교역 의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며, 김 위원장 사망 이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이 세계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변화를 감안한 체계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중·일 3국 간 역내 경제통합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중국의 적극적인 FTA 정책과 중국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감안한 FTA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을 제외하고선 우리 자체로 경제성장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한·중 FTA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중국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