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민전(46)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국회사무처 법제예산실 정책조사관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위원 ▲현 경희대 국제캠퍼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진행 = 김세동 정치부 차장

20년 만에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같은 해에 치러지는 2012년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김정은 노동당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권력 승계 과정을 거치면서 한반도를 격랑 속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국내적으로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신드롬’으로 대변되는 기성 정치권 및 정당에 대한 불신이 기존 정당을 존립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국민들의 정치 참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문화일보는 이런 정치적 불확실성을
진단하기 위해 양승함(정치외교) 연세대 교수와 김민전(정치학) 경희대 교수를 초청해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안보 문제 급상승 속에서 치러지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대담을 가졌다. 대담에서 양 교수는 안보 문제가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안 원장보다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교수는 “안보 이슈는 선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권의 대북 정책 실패가 부각돼 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다른 시각을 보였다.

―김정일 급사와 김정은의 후계 승계 등으로 남북 관계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안보 문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 양승함(이하 양) = 내년 정국을 좌지우지할 사안이라고 본다.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가 굳어질 것인가가 큰 과제라고 보는데, 당장 1~2개월은 문제없을 것이다. 그러나 몇 개월 지나면 김정은에 대한 내부적인 반발,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김정은이 자기 후계 체제를 굳힌다고 해도 우리 선거에 영향을 줄 거다. 북한이 어떤 정책으로 나오느냐와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여당에 유리할지, 야당에 유리할지 갈릴 것이다. 그동안은 경제 정책·복지 정책이 최대 화제였고, 북한 문제는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제 경제 문제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야당에 유리하다. 현재 대북 관계는 역대 정부 중 최악이다.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대북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잘못 바꾸면 야당 쪽에 유리할 거다. 또 안철수 현상 얘기가 나왔는데, 잘못하면 안철수 현상 관련 뉴스가 수그러질 가능성도 많다고 본다.

◆ 김민전(이하 김) = 북풍이 불면 보수가 이긴다고 하는 생각이 있는데, 북풍 효과는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상실했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했는데, 여당이 총선에서 크게 졌다. 노무현 정부도 2007년 정상회담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국민들은 대외 문제보단 살림살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유권자의 압도적인 다수가 탈냉전 세대다. 이번 김정일 사망 사건도 뉴스에 많이 나와서 (뉴스에서) 안철수도 사라지고 대통령 주변 인사의 부패 스캔들도 다 사라지고 하는데, 이는 오래 못 갈 것이다.

―안보 문제가 급부상하고 한반도 주변이 긴장되면 안철수와 박근혜, 혹은 여당과 야당 중에 어디가 유리할까.

◆ 김 = 기본적으로 야당에 유리하다고 본다. 김정일 사후 나오는 얘기가 ‘왜 관리를 제대로 못했느냐, 정보 활동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이 더 힘든 상황으로 간다고 해도 보수에 유리한 게 아니다. 김정은이 앞으로 내부를 장악하는 데 1년 정도 필요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대외적인 활동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해도 선거에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2007년에 이명박을 선택했던 것은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됐으니 다 같이 부자가 돼 보자고 한 건데, 이제 유권자들은 결국 민주주의와 정치적 투명성, 부패하지 않은 것이 있어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느낄 거다.

―여론조사들을 보면 박근혜가 안보 문제에 더 적합한 거 같고 안철수는 아닌 것 같다는 조사 수치가 나온다.

◆ 김 = 보수 세력 내부에서는 그런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국민 전체를 놓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내년 선거 이슈를 흔들 수 있는 요소는 뭐가 있을까. 2007년에는 경제, 과거에는 민주주의, 정권 교체 등이 있었는데.

◆ 김 = 2007년을 돌아보면 최대의 이슈는 노무현의 실패였다. 이번에도 이명박의 실패가 가장 큰 요소다. 유럽 국가들은 보통 크게 4단계의 발전을 진행해 왔다. 첫째 민족국가를 만드는 것, 둘째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 마지막으로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복지는 벗어날 수 없는 이슈가 아닐까.

◆ 양 = 김정일 사망 이후에 안보가 상당히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경제·복지였지만 안보가 더 우선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일단 총선에선 야당에 유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선에서는 더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한다. 많은 여론이 박근혜·안철수 대결을 얘기하는데, 어떻든 대선 후보를 놓고 안보 문제를 다룰 때는 박근혜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 안철수는 창의적이고 정직한 기업인으로서의 안철수일 뿐, 그런 사람에게 안보 문제를 맡길 수 있겠는가. 안보 문제가 대두되면 될수록 안철수 바람은 빠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 김 = 그런데 안철수는 아직 진보 진영의 확실한 대안이 아니다. 왜 손학규, 문재인에서 안철수로 넘어갔나. 야권 지지자들은 이길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전략적인 선택을 한다는 거다. 안철수가 안보 문제를 제대로 못할 것 같으면 또 다른 후보를 찾을 거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안철수 신드롬’이 급부상했다. 있지도 않은 제3당의 지지율이 50%씩 나온다. 정당 불신이 심각하다.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는 상황인데, 일부에서는 1987년 체제가 2013년 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2012년 총선·대선이 한국에서 갖는 의미를 짚어 달라.

◆ 양 =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권위주의 독재가 장기간 동안 지속되다가 1987년 민주화 운동으로 결국 권력 구조 개편이 시작되고, 이제는 민주화 시대로 들어온 거다. 이후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정권이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뤘다고 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또 노무현 정권 들어서면서 그동안 억압됐던 진보적 이념들이 분출되고, 실질적으로 386세대가 정권 실세로 등장하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개혁적 차원이 너무 좌 쪽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다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보수 세력의 반동이라고 보는데, 이 반동이 너무 지나쳐서 이념적 대립, 소위 말하는 이념적 양극화가 결국 정치·문화적인 양극화로 이어져 대립이 첨예화됐다. 그러면 이제 2012년은 다시 우에서 좌로 갈 것인가. 이번에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이제 좌우보다는 대립적인 양극화, 정치·문화에 대해 피로감, 혐오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좌우를 아우를 수 있는 발전적인 정치의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정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이념적·정치적·투쟁적인 그런 행태나 사고는 2012년에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성숙한 정치, 성숙한 민주주의가 나타날 것 같다.

◆ 김 = 다 동의한다. 아주 기묘하게 25년마다 정치 체제에 큰 변동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광복 후 25년 뒤 군사 정권이 들어섰고, 다시 25년 뒤 군사 정권을 종식시키고 1987년 체제가 들어섰다. 이제 또 한번의 큰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예측을 하게 된다. 1987년 민주화는 그 이전 군사 정부 같은 독재는 아니지만, 각 섹터 내에서의 카르텔적인 지배가 계속됐다. 정치가 민주화됐다고는 하지만,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는 없었다. 언론과 대중의 관계도 언론이 설정한 프레임이 대중을 지배하는 상황이었다. 조직 내부에서의 민주화 같은 것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탈3김 시대는 완전히 민주화로 갈 수 있게, 각 조직 내에서 민주화를 모색하는 기간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이런 식의 논의는 많이 됐지만 결실은 이루지 못했다. 이명박 시대에는 오히려 민주적 성과가 후퇴하는 모습까지 나온 건 아닌가 싶다. 각 조직, 정당 내에서 민주화되고, 대중도 언론의 프레임에 지배되지 않고, 더 많은 시민의 참여가 이뤄질 수 있는 체제가 2013년 체제인 것 같다. 이제는 대선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등 모든 선거에서 열린 형태 구조의 정당이 되지 않을까. 이게 2013년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더 나아가 경제적 민주주의를 모색하는 논의도 진전될 것 같다.

―여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들어 환골탈태,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한다고 한다. 야당은 통합을 해 조만간 새 지도부가 선출된다. 여야의 이런 변화가 유권자들에게 괜찮게 다가가는 모습인가.

◆ 양 = 지금까지는 안철수 효과의 결과로 나온 정당의 개혁 움직임들이, 매번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것에서 본질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과정을 통해 기존 정당 질서는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은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하지 않으면 총선·대선에서 어렵다는 건 당연하다. 여당 내 기득권 세력에 속했던 의원들은 많은 물갈이가 있을 것이다. 야당은 안철수 현상 때문에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는 보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정통 야당이 이제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싶다. 과거에는 정통 야당 중심의 기존 사회 세력, 노무현 때는 386세대, 김대중 때는 재야권 등 정당 외적인 것을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해 왔는데, 이제 구 민주당은 친노 세력과 통합을 한 상황이다. 그런데 친노계에 당권을 물려줄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거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입당한다면, 시민 세력까지 야당의 중요한 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여야 간의 정당 체계, 한국의 정당 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많다.

◆ 김 = 3김 시대에는 보스가 있고, 보스가 조직을 만들고, 유권자를 동원해 내는 식이었다. 최근에는 이게 급격히 무너졌다. 민주통합당의 진행 과정을 보면 누가 주인이고 객인지 불분명하다. 정당에서의 수직적 조직, 상명하달의 조직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정당으로 어떻게 정립될지 분명하지 않다. 다만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다면, 명망가들로만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예비 경선제도를 도입하려 하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지지자 중심의 정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SNS의 영향력 확대, 무당파 지지율 급증 등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현상이 총선·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양 = SNS에 거부 반응을 느낀다. 만약 나경원 의원이 박원순 시장보다 SNS를 더 열심히 했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팔로어가 후보에 대한 자질 때문에 따르는 거지, SNS 때문에 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재스민 혁명이 SNS 때문에 됐다? 말도 안 된다.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 때문에 된 거다. SNS는 도구였을 뿐이다. SNS의 영향으로 승리했다는 것에는 반대한다. ‘SNS를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성공적으로 활용했다’고 하면 맞는 것이고.

◆ 김 = SNS를 과대·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 침묵의 나선 현상이라는 게 있는데, 언론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장을 하면 내가 소수라고 생각해 가만히 있게 된다. 그 침묵의 나선 현상을 무너뜨리는 데 SNS가 역할을 한 거다. 특히 이 정부 들어와서 인터넷에 대한 비우호적 정책, 대표적으로 미네르바 사건 등 이런 탄압이 젊은 세대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내년 선거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시대정신, 시대과업이 뭐라고 보는가.

◆ 양 = 이번 시대정신은 과거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경제 살리기냐, 국민 통합이냐 등 주제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리더십이라고 본다. 안철수 현상에서 보여지는 특징들이 진정성, 공정성, 투명성 같은 가치다. 경제 살리기도 중요하고 안보 문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2012년 선거에서는 새로운 단계의 정치, 우리 사회가 새로운 성숙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들, 이게 중요하게 부각되리라고 본다.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도 있겠지만, 국민들이 리더십을 평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한 가지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앞으로 시대에선 정신적이고 탈물질적인 요소들이 더 중요하게 된다. 삶의 질이라든지, 정치·민주주의 수준을 높인다든지, 남북도 평화 체제로 가야 한다든지. 1987년 세대는 권력 구조 개편을 통한 민주화가 중심이었다면, 2013년은 실질적인 권력의 성격부터 변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도 권한을 의회에 많이 내놔야 할 것이다. 민주화가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지만, 그들만의 정치에서 더 자라나야 한다.

◆ 김 = 우스갯소리 같지만, 요즘은 리더십이란 말 자체도 구닥다리가 된 것 아닌가 싶다. 리더십에는 지도자가 이끌고 나간다는 이미지가 있다. 요즘엔 멘토라는 말이 많이 뜨고 있다. 멘티가 주인공이다. 훌륭한 멘티를 키워 내는 멘토가 주목받는 것이다. 어떤 멘토에게 지도를 받은 멘티가 어떻게 훌륭하게 되는가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멘토의 리더십은 멘티 중심이다.

◆ 양 = 그건 리더십 개념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 김 = 멘티들이 잘 실현해 갈 수 있게 코치해 나가는 것이 훌륭한 멘토다. 결국 시민, 국민이 주도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 2013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하는 시대정신이 나올 것이다. 북한과 관계를 끊어 봤자 천안함 침몰·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사건밖에 안 나온다는 것, 경제적 양극화 시대 속에서도 부자 감세의 실시 등… 이런 것 때문에 평화와 복지의 이슈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가 보혁 갈등을 상당히 해 왔기 때문에 그걸 치유할 수 있는 통합과 상식이 힘을 받을 것이다. sdgim@munhwa.com

정리 = 박준희기자 vinkey@, 사진 =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양승함(61) 교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 ▲미국 워싱턴대 정치학 박사 ▲연세대 리더십센터 소장 ▲국가관리연구원장 ▲한국정치학회장 ▲중앙선관위 자문위원 ▲현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