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이 워싱턴 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조성된 상황에 대해 ‘눈앞에 기회를 놓치지 말라(Carpe diem)’고 조언을 하고 있다.

에드윈 퓰너(70)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은 2012년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가의 리더십이 한꺼번에 바뀌어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 및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해 오히려 가장 큰 기회를 맞고 있는 국가”라고 진단했다. 퓰너 이사장은 신년을 맞아 가진 문화일보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로 전환된 북한에 대해서도 ‘예측 불가능성’을 크게 걱정했으나, 반대로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통일을 위해 한국민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을 충고했다. 보수주의 대부답게 그는 한국의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분파주의적 행동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퓰너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2월21일 워싱턴DC 헤리티지재단 사무실에서 이뤄졌고, 자연스럽게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로부터 대화를 풀어갔다.

[워싱턴=천영식 특파원]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 한반도 및 세계에 미치는 함의는 무엇인가.

“어느 국가와 기관이든 리더십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리더십 변화에서 가장 좋은 것은 과정의 예측 가능성이다. 미국이나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언제 열릴지를 모두 알지 않느냐. 현재 북한 같이 불확실할 때 여러 의문을 낳는다. 새로운 후계자가 충분히 훈련됐는지, 성숙한지, 국가경영의 함의를 이해하고 있는지 등 모두 궁금하다. 그가 왜 다른 대안에 비해 나은가. 물론 실제로 북한에선 다른 분명한 대안도 없다. 모든 요소들이 우리로 하여금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김정은에 대해 많이 모른다. 그가 아버지보다 강경노선으로 갈까. 아니면 외국에서 받은 그의 교육이 선진 경제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 군대 복무를 하지 않았던 사람이 4성 장군이 됐다. 펜타곤에 있는 내 친구들에게 물어봐라. 그건 신뢰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보다 예측 불가능성을 배가시킨다. 그때는 북한이 핵무기 국가가 아니었다. 지금은 북한이 휴전선을 따라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 미국에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지금만큼 큰 위협을 주진 않았다. 다시 말해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다. 누구도 무엇이 전개될지에 대해 알 수 없다. 솔직히 나는 이런 국면에서 미국과 한국 대통령이 좋은 개인적 관계를 갖고 있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데 대해 아주 감사한다. 베이징은 많은 역할을 하겠지만, 책임 있게 그들을 의지할 수 없다.”

―김정일 사망이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줄까.

“한국과 미국의 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예측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다. 변덕스럽고 반 서방적 행동이 있다면,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현직에게 유리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전쟁 중에 말을 바꾸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같은 행동이 9월이나 10월쯤 일어난다면 한·미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을 선거의 관점에서 하찮게 만들고 싶지 않다. 서울과 워싱턴, 도쿄가 공유된 정책을 결정할 게 많다.”

―한반도 통일은 다가오고 있는 건가. 언제가 통일을 위한 적기(適期)인가.

“국제질서에서 변화에 맞설 수 있는 완벽한 시간은 결코 없다. 한국 친구들은 한국이 통일을 한다면 많은 비용이 들어 경제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시작전권의 변화에 대해서도, 그러면 언제가 좋은 시점이라는 건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세상에 결코 좋은 시간은 없다. 기회가 있을 때, 상황을 활용하고 북측의 형제들에게 손을 내밀고 하는 것은 자유와 기회를 믿는 사람의 임무다. 북한에 팔을 벌리고, 국가적 목표인 통일을 향해 밀고 나가길 원한다.

나는 40년 동안 한국을 방문했다. 그동안 나의 한국 친구들은 통일이 궁극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나는 초창기 25년 안에 통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으나 틀렸다. 나는 좋은 예언가가 아니다.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Carpe diem). 올바른 시점에 지도자가 행동하기 좋은 시간이라면, 그날을 잡아라. 서울에서 통일부 장관이나 누구든 평양의 사람들과 현재진행형 소통라인을 가져라. 어떤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협력할 수 있고 양측 국민에게 관심을 주는 변화를 꾀할 수 있다면, 이것이 ‘적기’다. 우리가 1980년대 소비에트가 망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데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6년 만에 모든 게 무너졌다. 이번처럼 얼마나 변화적인 사건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 사망에 잘 대응해 왔나.

“솔직히 나는 지금까지 꽤 잘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내부적 미팅을 가졌다. 한·미 양국 대통령은 대화도 나눴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성명도 발표했다. 군사적으로도 양측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2년 한반도 주변에 리더십 변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한국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세계 정치의 문제점은 예측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다. 내년이 매우 불확실한 한 해일 것이라는 점은 팩트(fact)다. 정치적 변화가 맨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다. 좋은 게 있다면 한국이 아주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 한미 FTA가 발효된다. 그것은 미국과의 더 많은 협력 기회를 의미한다. 한국은 EU와도 FTA를 맺고 있다. 중국이 이를 의식해야 한다. 그것은 한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도 리더십이 변한다. 일본은 18개월 동안 3명의 총리가 바뀌었다. 우리는 일본을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나라로 생각해 왔다. 지금은 아니다. 한국은 긍정적으로 모든 종류의 시나리오를 떠올릴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지도부도 내년에 바뀌는데, 한반도에 좋게 작용할까.

“중국의 새 지도부를 평가하는 데 몇가지 기초적 원칙으로 돌아가자. 중국이 계속 경제적 성장을 하겠지만 중국인들이 알아야 할 근본적인 도전들이 있다. 법치가 있고, 원칙의 문제가 있다. 경제적 자유의 지수로 중국을 본다면 중국은 여전히 덩샤오핑(鄧小平)이 20년 전에 펼쳤던 개혁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업데이트돼야 한다. 더 많은 개혁을 보고 싶다. 우리는 유일한 슈퍼파워로서 합리적이고 좋은 관계를 갖고 싶다. 국제적으로 개방되고 국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새로운 중국(New China)’을 보고 싶다. 중국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지켜봐온 새로운 중국 지도부라면 이러한 기회를 더 많이, 더 빠르게 진정한 자유 개방 사회로 이동하는 데 활용할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슈퍼파워로 남을 수 있나.

“로버트 게이츠와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말한 대로 정치적 리더십이 여기(슈퍼파워)로 다시 맞춰져야 한다. 미국 리더십은 국방역량에 대한 충분한 투자로 시작된다. 이를 통해 서울의 친구들을 확신시킨다. 중국에 있는 우리의 상대방들에게는 미국이 계속 태평양의 파워로 존재할 것이라고 납득시킨다. 멀티파워 세계에서 도전을 맞을 준비가 돼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전쟁광이 아니다. 동시에 전쟁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은 펜타곤에서 충분한 돈을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군대가 최전방에 있고 준비돼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들이 비무장지대(DMZ)에 있든, 아프가니스탄에 있든 상관없다.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미국인은 미국이 매우 특별한 존재라는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 시스템을 강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미국은 좋은 국민, 좋은 민주주의 제도가 할 수 있고 대표할 수 있는 모범으로 존재한다.”

―한국 정치로 화제를 돌리자. 안철수 현상을 아는가.

“안철수가 누군지 잘 모른다. 정치에는 항상 새로운 종류의 인물들이 있다. 미국의 경우 (뉴트) 깅리치는 오랫동안 정치판에 있었고, (밋) 롬니는 5년간 대통령을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미셸 바크먼이나 릭 샌토럼 같은 사람이 같은 레이스에 있다는 것을 누가 생각했겠는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매력적인 얘기를 하겠지만, 바뀐 게 있느냐.”

―한나라당의 문제는 무엇인가.

“정당정치는 두 가지 유형의 문제가 있다. 하나는 너무 작은 다수당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큰 다수당이다. 한국에는 집권당이 너무 크다. 결집력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강하지 않다. 한국 정당에서 많은 분파를 보아왔다. 분열하고 다른 조합으로 다시 결합하는 일들을 수년 동안 지켜봤다. 지금 한나라당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나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분파들은 서로를 라이벌로 보고, 총질하고 있다. 물론 말로 싸우는 것이지만, 다른 정당 사람들보다 더 심하게 싸운다. 그들이 항상 다수당일 것이란 생각을 당연시하고 있는지 모른다. 당신들은 다수당에 머무를 수 있도록 대중들의 지지를 받을 만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

―올해 열리는 한국과 미국의 선거에서 무엇을 보고 투표해야 하나.

“오바마 대통령은 불행히 계층 간 대결을 조장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적인 게 아니다. 미국에서는 항상 모든 미국인이 전진하고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탈 수 있었다. 사람들은 기회와 미래를 위해서 투표한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헐뜯기 위해 혹은 작은 것을 생각하면서 투표하겠나. 우리는 큰 것을 원한다.”

―미국에서 공화당 후보가 이걸 것이라고 보나. 제3후보 가능성은.

“경제가 나쁘다. 공화당 후보가 미래를 위해 긍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면, 공화당 후보가 이길 것이다. 나는 제3당의 후보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론 폴은 가능하다. 그것은 공화당 후보에게 큰 상처다. 오바마를 도울 것이다.

미국 정치에선 항상 자발적 보수, 자발적 진보보다 많은 2배가 무당파층이다. 보수가 무당파층에 다가갈 수 있다면 이길 것이다. 하지만 보수가 분열된다면 이기기 어렵다.”

―미국 정치에도 문제점이 많은 것 같던데, 정치란 무엇인가.

“미국 정치는 잘 작동되고 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기획한 대로 잘 작동되고 있다. 견제와 균형이 있다. 양당이 견제하고 상·하원이 견제한다.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한다. 요즘 문제는 대통령과 상원이 같은 당으로 통제되고, 하원이 다른 당이기 때문에 생긴다. 쉽게 될 게 아무것도 없다. 미디어가 이를 마비(gridlock)라 부른다. 때때로 이는 좋다. 모든 걸 천천히 하게 만든다. 국내정치든 국제관계든 내가 걱정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지금 의회가 세금 연장으로 두 달 이상 싸웠다. 두 달 뒤 내 세금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예측가능하게 해줘야 한다. 그게 정치다.”

글·사진=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