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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상호 의존관계는 강화됐지만 정치적인 상호 신뢰관계는 오히려 취약해졌습니다.”

진징이(金景一·사진) 중국 베이징(北京)대 한반도연구중심 교수는 지난 12월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경제 위주 교류 속에 갈등보다도 협력이 주류를 이뤘지만 교류가 지속되면서 북한문제, 한미동맹 등에서 협력의 제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은 양국관계 성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중 민간 차원에서 서로 반감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는데.

“최근 몇년간 양국관계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반한이나 반중으로 몰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한 양국의 국력은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발전했다. 양국관계도 이젠 20년 전과 다르게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현재 빚어지는 갈등은 이러한 조절기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대화와 교류를 확대하면서 상호 이해와 신임을 증진하는 길만이 해법이라고 본다. 양국이 상대를 제대로 알자면 지난 20년은 짧기만 하다.”

―중국굴기가 아시아, 특히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는가.

“중국의 급성장 배경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다만 경제만으로는 모자란다. 최근 중국은 ‘문화강국’ 건설을 선언했다. 중국의 굴기가 경제강국에서 문화강국으로 이어간다면 중국은 아시아에서 책임 있는 국가, 매력 있는 국가, 존중받는 국가가 될 것이다. 그러한 중국이 주변국과 아시아에 적극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중국은 패권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수십년간 크게 발전해 온 것도 결코 경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협력에 힘입어 이렇게 발전한 것이다. 물론 미국이 아시아에 회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양국의 패권싸움으로 몰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국의 협조관계 속에) 한국은 중·미관계에서 협조, 소통, 균형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가져올 변화를 전망한다면.

“북한체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체제의 성패는 결국 경제가 좌우할 것이다. 한국이 진정 북한의 안정을 원한다면 마땅히 북한이 경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 가능성은.

“북한붕괴론은 지난 1990년대부터 줄곧 있어왔지만 북한은 건재하다. 물론 김 위원장의 유고로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후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북한이 불행을 이겨내고 경제발전에 주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베이징 = 박선호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