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올해 총서기직에 오를 시진핑 국가 부주석.

“북한의 미래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중국 무게 중심론’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올해 시진핑(習近平·58) 부주석이 이끄는 제5세대 지도체제가 새롭게 등장,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새롭게 전개되는 동북아 정세 새판짜기를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시 부주석은 2012년 10월로 예정된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기 전대)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갖고 있는 총서기직을 이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 부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로 이어지는 5세대 최고 지도자로 등극하면서 2013년 봄 국가주석직까지 물려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리커창(李克强·56) 부총리도 18기 전대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뒤를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지도 체제는 시 총서기-리 총리 쌍두마차 체제로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회 상무위원 9명 중 7명도 연령 제한 등에 의해 대거 교체될 예정이다. 중국은 2002년 이후 68세 이상은 예외없이 퇴진하도록 하고 있다.

새 지도부를 주도할 시 부주석은 기본적으로 상하이방의 정책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된다. 즉, 성장 위주의 정책과 개방 가속화를 통한 경제 성장 정책이 지금까지 상하이방이 내세워 온 실용주의 정책의 특성이다. 시 부주석은 또 중국의 외교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외사영도소조의 부소장으로 오랫동안 중국의 외교 전략 수립의 실무를 맡아왔다. 이 소조의 조장은 후 국가 주석이다.

하지만 시 부주석을 필두로 한 제5세대 지도자들의 본격 출범에도 불구하고 북중 관계 및 한반도 정책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 부주석이 최고 지도자로 등극해도 집단 지도 체제인 중국의 권력 구조상 그에게 권력 쏠림 현상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시 부주석을 포함해 현재 5세대 지도자들로 거론되는 후보들 모두 이미 중국 지도부 내에서 중요한 위치에서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방향의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분석이다. 이지용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중국공산당 제17기 5중전회 분석 및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시진핑 시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현상유지와 안정에 최우선의 가치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이미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중국은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나온 당일 오후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국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무원 등 당·정·군의 핵심 4개 기관 명의의 조전을 북한으로 보냈고, 후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 서열 1∼9위인 상무위원 전원이 조문했다. 북한의 안정과 후계 체제에 대한 지지의사를 분명하게 표한 것이다.

이에 앞서 시 부주석은 이미 지난해 10월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노동당 창당 65주년 경축 연회 연설에서 북한의 새 지도체제와 협력의 정신을 강화해 중국과 북한의 우호협력관계를 진일보 발전시켜갈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김정은으로 대표되는 새 지도체제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주요 2개국(G2)에 오른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것에 맞서 중국이 전략적으로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북중 관계가 최고조에 이른다 해도 새로운 시진핑 체제가 김정은을 어떻게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이끌 것인지는 여전히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다.

한편 시 부주석과 우리와의 관계 역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시 부주석은 저장(浙江)성 당서기 시절인 2005년 우리나라를 찾았고, 우리 정계와 재계 인사들과도 깊은 교류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변수들이 격변하는 2012년, 우리 외교의 보다 적극적이고 세심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베이징 = 박선호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