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부정선거 파문으로 대선 도전에 장애물을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러시아에서는 오는 3월4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현재까지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비롯해 중도 좌파 ‘정의 러시아’당의 세르게이 미로노프, 최대 야당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 자유주의 성향의 ‘야블로코(러시아어로 ‘사과’란 뜻)’당의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등 1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2월4일 치러진 총선 결과를 둘러싼 부정선거 논란으로 거센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으나, 큰 이변이 없는 한 푸틴의 무난한 당선이 예상되고 있다. 푸틴이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된다면 1, 2기(2000∼2008년)에 뒤이은 3기(2012∼2018년) 체제가 출범하게 되는 셈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 5년간 사실상 실권자인 푸틴의 영향력하에 국정을 운영해온 만큼, 푸틴의 대권 복귀로 러시아 외교정책상의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반정부시위 사태에서 보듯 푸틴에 대한 국민신뢰도가 크게 추락해 6년 임기 내내 정치혼란이 가중될 경우 외교력에도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은 있다.

6자회담 참가국인 러시아는 북한과의 경협에 최근 수년간 상당한 관심과 공을 들여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공급하는 가스관 건설사업이다. 가스관 사업은 푸틴이 직접 일일이 챙길 정도로 주력하는 부문이다. 지난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남한, 북한, 러시아 3각 협력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알렉산드르 티모닌 특별대사는 국내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사망에 따라) 가스관 프로젝트에 차질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러시아의 대북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대사는 가스관 사업과 함께 러시아와 북한 간 철도 노선 개·보수 공사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러-북 접경 지역의 하산 역에서 북한 나진항까지 연결되는 54㎞ 구간 철로 개·보수 1차 공사를 끝내고 현재 나진항 현대화 작업을 포함한 2차 개·보수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전문가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한국 프로그램 실장 게오르기 톨로라야는 “한국이 한동안 가스관 사업과 러시아와 한반도 간 철도 연결 사업 등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것”이라며 이들 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중국, 한국에 이어 북한의 3대 교역국이기도 하다. 북한과의 교역 규모만 연 1억달러에 달한다. 이 때문에 2012년 출범하는 새 정부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