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재선 캠페인을 본격화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

2012년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주요국가들이 대선·총선을 통해 권력이 교체되는 것은 물론 6자회담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권력지형이 변화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이다. 현역 대통령으로 지지도가 최저인 상황이지만 이에 맞설 공화당의 주자도 마땅치 않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도 제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10월 당대회를 통해 총서기직에 오르는 등 권력구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다시 대통령에 도전한다.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권력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 살펴본다.

11월6일 실시되는 미국 선거는 미국의 대통령과 상원의원 33석(전체의 3분의 1), 하원의원 전원, 11개주 주지사를 선출하는 국내적 행사지만 미국 유권자의 표심이 민주당 쪽으로 향하느냐 공화당 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국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11월 표심이 민주당 쪽으로 쏠리든 공화당 쪽으로 쏠리든 한미관계 및 한미동맹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 정부 및 의회차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절차가 마무리된데다 민주·공화 양당 간에 한미동맹에 대한 이견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북핵 및 대북정책에 대해선 민주·공화 양당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11월 선거의 향방은 미국 대북정책의 변화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표심이 민주당으로 쏠릴 경우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견지해온 대북 제재 지속하에서의 대북협상 노선이 그대로 견지되겠지만,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등장하고 의회도 공화당 쪽으로 쏠릴 경우 대북강경 여론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정책면에선 대통령의 입장과 정책이 의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여부가 한반도 정국에 주는 영향은 막대하다. 특히 차기 미국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 본격화하는 북한체제 균열, 나아가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한 한미 양국 간 대응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2015년 12월1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을 강행할 것이냐 아니면 북핵위기 지속 등 한반도 안보상황에 따라 다시 한번 연기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미국언론들은 경제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는 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이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하고 있는데다 현직대통령의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대선 후보경선전 어떻게 진행되나 = 미국 대선의 대장정은 오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로 시작된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대선후보 선발절차를 시작, 50개주를 거친 뒤 민주당은 9월3∼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개최되는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은 8월27∼30일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확정한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중요한 것은 대선 표심을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2008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오바마 후보는 38% 지지를 받은 반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29%에 그쳤고 이 결과는 그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 후보의 승리로 연결됐다. 3일 아이오와 99개 카운티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당원대회에서 어떤 후보가 뜰 것이냐에 미국의 신문 및 방송들이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8년 대선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 경선이 치열해 아이오와에 많은 시선이 쏠렸지만 올해의 경우,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9월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99.99%이기 때문에 공화당 쪽의 아이오와 코커스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공화당의 대선주자 경선은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 이어 7일 뉴햄프셔,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31일 플로리다 등으로 이어진다. 아이오와 경선이 중요한 것은 처음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승리할 경우 전국적 슈퍼스타로 떠오르기가 그만큼 쉽기 때문이다. 아이오와 및 뉴햄프셔에서 인상적인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여론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게 되는데 올해 공화당의 후보들 간 등락이 워낙 심해 최소 플로리다 경선까지 진행 상황을 봐야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후보경선은 6월말까지 계속되나 3월쯤 되면 공화당 대선후보의 윤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오바마와 맞붙을 공화당 후보는 누구 = 공화당 후보 경선전에 참여하고 있는 주자는 7명이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양강구도를 이루는 가운데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과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론 폴 하원의원, 존 헌츠먼 전 주중대사, 릭 센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등이 추격하고 있다.

미 오피니언그룹과 언론들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전이 롬니 전 주지사와 깅리치 전 의장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두 사람 모두 대중적 인기가 낮고 외교안보에 문외한이라는 점 때문에 최근 공화당 안팎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을 부통령 후보로 세우자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대선 1년을 앞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대선후보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 때문에 맘 고생을 했으나 연말을 거치며 오바마 대통령 재선론은 민주당의 대세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킨 핵심세력인 민주당 지지의 진보적 젊은층과 흑인층이 다시 오바마 지지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인기가 여전히 오바마 대통령보다 높은 만큼 부통령 후보를 조 바이든 부통령 대신 클린턴 국무장관으로 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과 재선캠페인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만큼 재선 가능성에 대해서 확신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란 게 주변의 평가다.

미국 차기 대통령의 향방은 한국에 큰 관심사지만 막상 미국의 한반도통 인사들은 한국의 대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교체에 따른 대북정책 변화의 폭보다 한국 대통령의 교체에 따른 대북정책 변화의 폭이 훨씬 더 클 것이란 게 그 이유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