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선 22일 오후 3시30분 이후에도 그동안 가장 극렬하게 한미 FTA를 반대했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표결처리 시나리오가 워낙 극비로 진행된 탓에 정 최고위원과 강 의원도 사전에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국회밖에서 다른 일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정 최고위원은 심지어 22일 아침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권이 좀 주춤거리는 것 같다. 유권자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여유를 갖고 있었을 정도다.

정 최고위원에 따르면 그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몰려간 오후 3시쯤 경기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를 찾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중인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을 면회하고 있었다고 한다. 면회 도중 정 최고위원은 국회로부터 비상상황이라는 연락을 받고 급히 국회로 돌아왔으나 이미 국회 단상에 정의화 부의장과 경위들이 올라간 상황이었고, 그 역시 단상 앞에서 반대 구호만 외칠 수밖에 없었다. 정 최고위원은 당시 트위터에 “곽노현 교육감 면회중 긴급전화가 왔다! 경호권이 발동되고 날치기 처리 작전에 들어갔다고! 매국노가 따로 없다! 달려가는 자동차 속도는 왜 이리 느린가?”라며 답답한 심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강기갑 의원은 경남 사천에서 지역구 행사에 참석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 역시 행사 도중 보좌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곧바로 항공편으로 서울로 날아왔으나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인 오후 7시쯤에야 국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 의원은 이 때문에 트위터 등을 통해 일부 진보 세력으로부터도 “비상상황시 국회를 비웠다”며 힐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은 한 트위터 사용자의 질타에 “지금은 국회지만 상황종료 후 도착했습니다. 죄송하여 할 말이 없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