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농민은 수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될 경우 농축산업 부문의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23일 오전 강원 횡성군의 한 축산농가에서 사육농민이 축사를 둘러보고 있다. 횡성 =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한국은 FTA를 둘러싼 한·중·일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 나가게 됐다. 앞으로 FTA 지형에 따라 동아시아 패권 구도가 바뀔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는 중·일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이에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협의에 속도를 붙이고 나섰고, 중국은 한·중·일 FTA 조기 협상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특히 FTA가 경제적 이익을 넘어 역내 정치, 군사, 외교 주도권과 연결되면서 한·중·일 합종연횡과 독자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23일 NHK에 따르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빠른 시일내 미국 등과 TPP 사전 협의에 들어가겠다며 이를 위해 TPP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표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TPP 협의체는 노다 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경제협력각료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차관으로 구성된 간사회, 간사회를 지원하는 사무국으로 구성된다. 사무국에는 외무, 경제산업, 농림수산 등 전 부처의 관료 수십명으로 이뤄진 대외협력팀, 대국민 홍보팀, 관계 조정팀이 활동한다. 한미 FTA 비준 통과에 자극 받은 조치다. 일본은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한 내수시장 축소 등을 돌파할 출구를 외국 시장에서 찾아야 하는 데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역내 협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일본에서는 한미 FTA 통과를 TPP에 대한 야당 반대를 약화시키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의 강력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 통과를 강행한 것은 일본의 TPP 추진에 자극 받은 것으로 해석한 것도 이 맥락으로 보인다. 이어 니혼게이자이는 한국이 한미 FTA 비준 통과 이후 일본이나 중국과의 FTA 협상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특히 한·중 FTA를 한·일 FTA보다 먼저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한미 FTA 소식에 긴장하며 한·중 FTA 협의 개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미 FTA가 비준됨에 따라 중국 정부는 한·중 FTA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FTA 체결 문제 논의의 최대 지연 요소였던 한미 FTA 비준 문제가 해결된 데다 미국이 TPP를 주도하면서 반(反) 중국 경제연대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한·중·일 FTA 조기 협상과 체결을 거듭 촉구한 것도 이같은 중국의 조바심을 보여주고 있다. 원 총리는 이날 한·중·일 FTA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원 총리는 “3국이 함께 노력해 연내 타당성 연구를 완성하고 내년에 협상을 시작해 최대한 빨리 체결하자”고 밝혔다.

베이징 = 한강우특파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