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피곤한’ 민주당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민주당의 원혜영 의원 등이 잠자고 있다. 김호웅기자 diverkim@munhwa.com

야권 통합 및 연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야권 통합 논의가 흔들릴지 주목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막아내지 못한 자체가 야권의 단결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통합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기습작전에 야당이 무기력하게 당하면서 민주당 내분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의 ‘최루탄 테러’로 인해 “민주당이 이런 세력과도 손을 잡아야 하느냐”는 내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어서 야권 통합 절차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23일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사태가 야권 단결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야권 결속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며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통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 사퇴론을 꺼내기도 했지만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책임을 진다면 정부와 한나라당이 져야지,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점하고 있어 표결 처리가 가능했던 만큼, 내년 총선에서 야권 의석 확대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혁신과 통합’ 관계자도 “야권 통합을 통해 의회 권력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바로 전날 ‘한미 FTA 전투’에서 무기력하게 당해놓고 중앙위원회에서 야권 통합을 논의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야권 통합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는 자체에 대해서부터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을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한 박주선 최고위원은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에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 전원이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김병채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