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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된 국회 본회의장 풍경은 국회 안에서의 폭력 사태가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지켜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지난 2008년 개원 이후 전기톱과 소화기, 해머 등을 동원한 폭력으로 비난을 자초했던 18대 국회는 임기 마지막 해 정기국회에서도 헌정 사상 초유의 ‘최루탄 테러’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폭력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물론 정치권 내에서도 갈수록 격화되는 국회 폭력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회 내에서의 폭력 사태와 물리적 충돌은 18대 국회 들어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1966년 김두한 전 의원이 사카린 밀수사건을 비난하면서 국무위원들에게 인분(人糞)을 투척하는 등 이전 국회에서도 폭력 사태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의원들 간의 밀고당기기식 몸싸움 정도에 그쳤다. 17대 국회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 공기업 지방 이전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졌을 때에도 물컵이나 서류뭉치, 아주 심할 경우 명패를 집어던지는 정도였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도 격한 충돌이 빚어졌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들어서 끌어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18대 국회 첫 해인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 때 전기톱과 해머, 소화기가 등장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등이 집기를 때려 부수거나 국회 경위를 폭행하고 심지어 여야로 나뉘어 집단 난투극을 벌이는 일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공중부양 의원’이라는 빈축을 샀고, 문학진 민주당 의원은 ‘해머 폭력’의 당사자로 지목됐다. 2009년 7월에는 미디어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 의원과 보좌진이 본회의장 출입문에 소파와 집기를 동원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쇠사슬과 경첩 등으로 봉쇄하기도 했다. 2010년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는 여야 의원 및 보좌진 간에 난투극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했고 국회 집기류와 유리문이 부서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상대 당 의원에게 욕설을 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고 심지어 몸싸움까지 벌어진 것도 18대 국회 들어서부터다. 이내영(정치학) 고려대 교수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18대 국회 들어 여야가 대결의 정치에만 매달리고 ‘정치의 실종’이 심화된 게 국회 폭력을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물리력을 쓸 경우 강하게 처벌하고 일정 기간 동안 여야가 협의해도 합의가 안 될 경우 표결을 의무화하는 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희태 국회의장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의안 자동상정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 도입 등 극단적 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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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해머… 공중부양… 난투극…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는 전대미문의 폭력사태가 발생하기 앞서 이미 2008년 12월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문학진 민주당 의원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에 반발해 ‘해머’로 위원장실 문을 부수는 폭력 행위(위쪽 사진)가 벌어졌으며, 2009년 1월5일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박계동 사무총장실에서 집기를 부수는 난동을 벌이기도 했다(가운데 사진). 또 2009년 7월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미디어 관련법 처리과정에서 여야 여성의원들까지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문화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