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계장관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한미 FTA와 관련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청와대는 당초 대국민 담화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입장을 설명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우선 후속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내년 시정연설을 통해 임기말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이날 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발언은 ▲국민과 국회에 대한 감사 ▲정부의 피해 대책 마련 ▲한미 FTA 효과 ▲기업의 역할과 책임 등으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우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와 관련, “여야 모두 국익을 챙기자는 마음은 같다고 믿는다”며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는 야당을 달랬다.

이 대통령은 또 “(한미 FTA 비준이) 4년7개월 걸렸지만 어쩌면 그 시간 동안 정부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것을 챙기는 기회였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한미 FTA 발효 이후 피해가 예상되는 부문에 대한 대책 마련과 일자리 창출 노력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농민과 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면서 “정부가 이미 보완대책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반대 의견을 포함해서 국회에서 제기된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업 피해를 우려하고 있으나 피해를 보상한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면서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미 FTA를 놓고 격론이 오갔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에 갈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제 더 이상 갈등을 키우는 것은 국가나 개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때 한미 FTA를 포함해 경제영토를 넓혔고 어떤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고 있는 기회를 잡아 힘을 합치면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민생이 어렵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장관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업인들도 이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어렵다고 투자를 망설여서는 안 되며 과감히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어려울 때 상생발전해야 한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