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은행의 외채 지급보증 조치에 이어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의 비업무용 토지 6조원어치를 매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경색에 빠진 금융 및 실물분야를 동시에 살리기 위한 고강도 처방이다.

특히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 매입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이후 10년 만에 다시 취해지는 조치다. 정부는 민간건설업체가 자체 조성한 공동주택용지도 매입하고 공동주택용지 분양계약의 해약도 허용할 계획이다.

20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실물경제안정대책’을 오는 22일쯤 예정된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실물경제안정대책은 건설업 지원계획을 중심으로 제조업체 등 일반 기업의 유동성 지원방안 등이 모두 포함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자금경색에 처한 기업들의 자금회전을 위해 한국토지공사가 토지를 매입할 방침”이라며 “매입규모는 현재 6조원이지만 당정협의 과정을 거쳐서 최종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토지공사를 통해 일단 제조업체가 보유한 비업무용 토지부터 매입신청을 받을 방안이다. 최근 키코(KIKO) 사태로 흑자부도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도 모두 대상에 포함된다. 매입가격은 시세의 70~80%선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달 안에 고시를 하고 바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당시에 한국토지공사에서 2조6000억원어치의 토지를 매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간건설업체가 주택사업을 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성한 주택용지도 매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투입될 자금은 1조~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는 민간 건설업체가 토공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분양받아 잔금까지 납부해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토지도 되사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매입가격은 공공기관이 매각한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