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들이 최소 5000만달러가 넘는 해외자산을 매각해 정부의 지급보증 대책과 함께 외화 운용에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정부의 ‘압력’에 따른 매각으로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해외자산을 매각해 외화 유동성 확보에 노력하라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있은 지난 6일 이후 모두 7건, 2440만달러(액면가) 어치의 해외 유가증권을 매각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달 초 정부의 권고가 있은 뒤 매각 물건을 정리해 100만∼200만달러 어치씩 묶어 팔았다”며 “앞으로도 유동성 상황과 시장 여건을 봐가며 추가 매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2400만달러 상당의 유가증권을 내다 팔았다. 신한은행은 각 해외점포에 지시를 내려 보유하고 있는 해외 자산을 파악토록 한 뒤 현지 시장상황을 감안해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매각과 분할상환을 통한 자연 감소분 등으로 보유중인 해외자산이 지난달에 비해 2400만달러 이상 감소했다”며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 거래 자체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보면서 최대한 매각손이 덜 나는 시점을 택해 자산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10억달러 정도의 해외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하나은행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산매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해외자산을) 팔긴 팔 예정이지만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 수는 없어 매각 시점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정부의 외화자산 매각 권고가 있은 뒤 즉시 매각 가능한 자산을 정리하고 국내외 유가증권 15억달러 가운데 일부를 최근 내다팔았다. 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 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일부 해외증권을 매각했다”며 “매각과 더불어 15억달러 가운데 절반가량은 담보로 제공하고 외화차입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지난 2일 인도네시아 BII(Bank International Indonesia)은행 지분을 2억8000만달러에 매각한 이후 추가 매각 실적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확보와는 별개로 지금 시점이 과연 자산매각에 적당한 시점인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정부의 ‘강압성 권고’에 못이겨 손해를 보면서 내다 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의 경우 2440만달러 어치의 자산을 팔았지만 손에 쥔 금액은 1980만달러로 460만달러를 손해 본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은행들이 자산을 내다 판다는 신호가 금융시장에 전해지면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 기관들이 매물을 사지 않고 가격을 낮추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제값을 받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임대환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