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이 ‘제2의 브레턴우즈’ 구상을 놓고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쪽 모두 ‘새로운 금융 질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부시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럽 지도자들은 강력한 정부 개입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20일 “양쪽의 시각 차이는 세계 금융 위기에서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대한 갈등으로 앞으로 논의될 세계 금융 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회담을 열고 금융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장소는 뉴욕이 유력하며 시기는 오는 11월4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8개국(G8)과 함께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개발도상국, 한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다.

18일 회담과 관련해 CSM은 “미국과 유럽이 공조의 큰 틀은 마련했으나, 앞으로 불협화음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언급했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규제와 개혁을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추진하되 ‘자유 시장’을 구속해서는 안 된다”며 “자유 시장, 자유 기업, 자유 무역이라는 민주적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보호주의는 재앙이라고 말한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옳다”고 인정하는 한편 “그러나 똑같은 문제점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고 말해 적극적이고 강력한 정부의 개입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금융 개혁의 방안으로 그동안 미국은 국제 금융 시장의 투명성 증대와 국제 금융 기관들의 감시 감독 역할 강화를 언급해온 반면, 유럽은 국제통화기금(IMF)을 포함해 현재의 브레턴우즈 체제를 개편하는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해왔다.

CSM은 전문가들의 말은 인용해 “양쪽이 서로 다른 시각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은 이번 금융 위기 해결의 청지기 역할을 발휘하고, 유럽은 국세사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이라며 “누가 주도적 역할을 하든지 수차례의 회의를 통해 단합을 보여주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