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 발표의 영향으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등 미국발 악재로 요동치던 금융시장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이 시장의 기대를 완전히 수용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은행권에 대한 미 달러화와 원화 유동성 확대 조치가 일정 부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기주식형펀드 등에 대한 비과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규 자금이 단시일 내에 펀드로 유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주가는 지난 주말과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 =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처음으로 열린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지난 주말보다 104.0원 폭락한 1230.0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수입업체의 결제수요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줄여 이날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22.0원 떨어진 1312.0원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전거래일보다 62.5원 하락한 1271.5원에 거래됐다. 정부 대책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그만큼 거세다는 뜻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 당국의 시장안정 대책으로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며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개장 직후 폭락했다가 낙폭을 줄이고 있지만 전과 같은 폭등세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 반응은 ‘미지근’= 정부가 적립식장기주식형펀드, 장기회사채형 펀드 등에 대한 비과세 방침을 밝혔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 정도 비과세 대책으로 당장 펀드에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미국발 금융불안 등의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개인과 기관은 각각 610억원, 548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지만 외국인들이 996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사실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국내 개인 및 기관의 매수세는 별로 강하지 못한 반면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여전해 국내 주가가 반등의 확실한 ‘모멘텀(계기)’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은미 현대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해외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및 스와프시장을 통한 미 달러화 유동성공급이 외환시장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이 단기적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은행 유동성 확보로 자금시장의 경색 현상이 완화되고, 기업의 단기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 경우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추가 대책을 기다려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김석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