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외화채무 보증 등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고강도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그 효과와 더불어 앞으로 ‘남은 카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오전 환율과 주가지수가 각각 하락세와 상승세로 출발하면서 금융시장이 일단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종합대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국내외 금융시장 진정 정도에 따라 추가 대책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금융상황 시나리오에 따른 복안을 갖고 부처별로 액션플랜을 마련중이다. 현재 금융시스템 안정과 더불어 2대 현안으로 꼽히는 건설경기 관련 대책은 22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남은 카드로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한 예금보장한도 확대와 은행 자본확충 등이 꼽힌다. 또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실물경제로의 위기전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 지출 확대와 추가 금리 인하 등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경기 부진으로 세입이 줄어들더라도 경기를 부양하는 차원에서 현재 마련된 감세안과 예산안에 대해 손을 대지 않고 재정 적자 확대를 용인할 방침이다.

강만수 재정부장관은 금융시장 대책 발표에 앞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재정의 역할이 커지는 추세인데 내년 세입이 조금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도 세출은 그대로 하는 것이 재정지출 확대효과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역시 금융시장발 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금융기관 자본 확충과 예금 보장 확대는 당장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금융시장 안정조치에서 빠졌다”면서 “하지만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필요할 때 언제든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은 물가가 중요한 기준이지만 경기나 대외균형 등도 모두 주시하면서 6개월 내지 1년 이후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운용하는 것”이라고 밝혀 지난 9일 단행한 금리인하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7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서 열릴 한·중 재무장관회의와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중·일 금융안정 워크숍을 통해 실효성 있는 역내 공조 방안을 이끌어내는 데 힘쓸 계획이다.

이수진기자 lul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