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영향으로 유럽 제조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부터 우주 관련 산업까지 관련 부품 제조업체들이 도산 위험에 처해 납품을 받는 큰 회사들이 이들을 긴급 구제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주요 기업들이 현재 직면해있는 걱정거리 중 하나가 “부품 공급업체들이 과연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각 기업마다 납품업체들의 재정 상황을 점검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독일 자동차 회사 포르셰의 벤델린 비데킹 최고경영자(CEO)는 “납품업체들의 자금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전자 회사인 오르마자발의 중역 중 한 명인 귈레르모 아만 역시 “몇몇 부품 제조업체들은 벌써 돈을 지불할 수 없을 정도로 유동성이 악화돼 있다”며 “작은 회사일수록 생존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걱정을 나타냈다. 세계적인 프랑스 방산업체인 탈레스도 부품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큰 기업들은 부품 제조업체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납품업체들이 무너지면 이들로부터 부품을 제공받는 큰 기업들의 생산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3국 합작 회사인 유럽 최대 항공업체 EADS는 이번 달 납품업체 중 하나인 라떼코아가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도록 금전적으로 지원했다. 독일 자동차 회사 BMW 측은 한시적으로 부품 제조업체들의 단가를 높이는 이례적인 대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제조업계는 내수 시장 위축과 경기 악화로 생산량이 평균 3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건설업과 섬유제조업은 20~40%가량 생산량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국의 올 4분기(10~12월) 경제가 심각하게 악화돼 2009년에 마이너스 1%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BBC가 국제회계 컨설팅사 언스트앤드영 보고서를 인용해 19일 전했다.

언스트앤드영 보고서는 “영국이 이미 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하고 경기가 더 나빠짐에 따라 투자가 줄어들고 실업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201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이 1%가량 늘어나는 쪽으로 미미하게나마 개선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상공회의소도 최근 5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분기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다”고 진단했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