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이 집중 제기돼온 일부 장관후보자를 교체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27일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안상수 원내대표와 긴급 회동을 갖고 한승수 총리후보 임명동의안 표결이 26일 무산돼 29일로 연기되고 통합민주당이 남주홍 통일부·박은경 환경부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체를 보이콧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숙의한 뒤 이같이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총리임명동의안 표결연기와 관련, “어쩔 수 없는 정치현실이 가로막고 있지만, 정치안정을 위해서는 의회의 안정이 필요하다. 이런 산고를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각오를 갖고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당지도부와의 회동을 위해 오전 7시30분 직접 주재할 예정이었던 수석 회의를 한시간 뒤로 연기했고, 논의가 길어지자 오전 9시17분에야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2시간 가까운 회의에서는 국정공백을 최소화해 국정파행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여론이 악화하는 추이와 일부 문제장관에 대한 재검증 결과를 종합할 때 일부에 대해서는 교체가 불가피하며 이를 가급적 빨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이 수차례 청와대에 교체 필요성을 건의한 가운데 청와대가 전날까지만 해도 인사청문회(27~28일)를 지켜본 뒤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힌 것과 다른 기류이다.

청와대는 최근 교체 결정 가능성에 대비해 새로 인선해야 하는 일부 부처 장관후보자 물색작업을 벌여왔으며 일부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통령 면담일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협·심은정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