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7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교체를 건의하는 등 분위기가 돌변했다. 한나라당에선 “10년 야당 해서 어떻게 되찾은 정권인데, 엉뚱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망쳐 놓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탈 여의도 정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날 열린 국회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문제 후보자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태도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한나라당이 야당시절에 각료 후보자들에게 요구했던 잣대들이 있다. 그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지키기 힘들고 괴롭지만, 그런 잣대를 대부분 그대로 이번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믿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후보자들의 해명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다른 의원은 “각료 인선에 대한 밑바닥 여론이 정말 안 좋다”며 “청와대와 정부가 국회나 여의도를 경원시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민심이 전하는 당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총은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김용갑 의원은 “국민 수준에서 납득하기 힘든 문제가 총리와 장관 임명에 있다”며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넘어간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과거 열린우리당 처럼 해서는 안된다. 대통령 눈치만 봐선 안된다”고 일갈했다. 강재섭 대표도 이 자리에서 “청문회를 마쳤는데도 문제가 있다면 여야가 뜻을 같이 해 ‘불가’ 의견을 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소장파 한 의원은 “내각에 대해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이니, ‘강부자’(강남 땅부자)니 하는 말들에 대해 청와대는 경청해야 한다”며 “이래서는 총선에서 과반을 넘기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의총 뒤 청와대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야당에서 교체를 요구하는 남주홍·박은경 후보자와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 등 적어도 1~2명은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전날 “수도권 표밭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참으로 아슬아슬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부 인선과 공천은 총선에서 압승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세상에 거저먹기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