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대선 후보는 17일 공식 후보로서의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반면 야권 장외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대선 출마에 관한 입장 발표를 앞두고 지난 14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전격적으로 참배했다. 이 같은 행보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문 후보가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것은 정치권의 일반적 관례에 들어맞는다. 한국 정치인들은 당 대표나 대선 후보가 되고 나면 통상 현충원을 찾는다. 국가 원수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지도자로서 ‘국가 수호’ 의지를 보여주는 데 있어 현충원만큼 좋은 장소도 없다. 특히 민주당의 지도급 인사들에게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는 의미도 있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잇고 있음을 보여주는 선언적 장소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과 광주의 5·18 묘지를 방문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 원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다. 동시에 안 원장이 대선에 나서리란 관측은 이미 기정사실로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순수 일반인’ 신분으로 국립현충원을 찾는다는 것은 어색해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단 출마선언 전에 5·18 묘지 참배로 분위기를 띄워놓고, 현충원 참배 등의 일정은 출마선언 이후에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리란 해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굳이 출마선언 이전에 5·18 묘지를 참배할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문제는 남는다. 5·18 묘지 참배 역시 일반적으로는 당 대표나 대선후보 출마선언 이후, 당선 이후 등의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광주 방문을 택했으리라는 해석이 많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의 야권 단일후보 지지율이 급상승, 최근에는 안 원장을 넘어서는 조사결과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후보 단일화를 의식해 야권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권 관계자는 “안 원장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역 기반인 광주·전남에서 지속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을 한참 앞서는 지지를 받아왔다”며 “출마선언을 앞두고 호남 지지층을 확실히 끌어안아 단일화 게임에서 굳건한 ‘안전판’을 확보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인혁당 발언’으로 홍역을 치르는 와중에 민주화 운동의 상징과 같은 곳을 찾음으로써 박 후보와의 대립각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도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