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민주당)이 문재인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함에 따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대결을 벌이게 됐다. 박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그늘을,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어 두 사람의 대결이 ‘박정희 대 노무현’의 구도라는 틀에서도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같은 대결구도는 두 사람 모두에게 표의 응집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왔지만, 거꾸로 반대표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문 후보에게 드리워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를 내세워 공격을 시작했다. 17일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혜훈·정우택 최고위원은 “문 후보는 (노무현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민정수석, 시민사회 수석 등을 지내면서 청와대 인사의 각종 비리를 막아내지 못해 이들이 아직도 실형을 살고 있다”며 “문 후보는 각종 권력형 비리 온상이었던 청와대의 당시 최고 책임자로 부정부패를 엄단할 능력과 의지가 없는 사람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형님인 노건평 씨 사건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특수활동비 횡령 등을 막지 못한 책임이 문 후보에게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은 약한 고리인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건과 관련한 대응책도 마련 중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몸을 던진 사건은 우리 현대사에 안타까운 부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와 같은 선상에서 봉화마을을 방문한 것”이라며 “필요하면 노 전 대통령 사건이 이명박 정부 때 수사가 이뤄졌고, 박 후보와 무관하다는 점을 설명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문 후보와 민주당도 박 전 대통령의 5·16과 유신 문제를 내세워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다. 최근 불거진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이 그 좋은 예라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18년 동안 인혁당 사건과 비슷한 무수한 인권탄압 사건이 일어났다”며 “박 후보가 아버지에 대한 인식 전환이 없이 현재의 입장을 고수해 나간다면 대선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 시절 자행된 각종 인권 탄압 문제를 지적하는 민청학련운동계승사업회, 반유신넷 등 30여 개 단체의 활동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유신 잔재 청산과 역사정의를 위한 민주행동(민주행동)’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연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후보 경선 중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손학규 경선후보 등에게도 이 같은 구도를 벗어나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자문할 계획이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