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앞쪽) 민주통합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8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서울 경선’에서 1위를 차지, 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고양 =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자가 되는 과정은 문 후보의 말처럼 ‘운명’에 가까웠다. 그는 스스로 노 전 대통령의 ‘동지’이자 ‘참모’로 남고 싶다고 말했지만 서서히 그가 피하고 싶다던 ‘선거판’으로 끌려 들어왔다.

민주당에서 문 후보가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초였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혔던 손학규·정동영·정세균 상임고문은 2010년 ‘10·3 전당대회’에서 전면전을 벌였고, 손 상임고문이 대표로 선출되면서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손 상임고문 등에 대한 회의론이 흘러 나왔고 중진급 전·현직 의원들은 경남 양산에 여생을 보낼 집을 마련해 칩거하던 문 후보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문 후보의 참모들은 문 후보의 정치 참여에 대해 “시대에 대한 고민이 점차 누적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문 후보는 2011년 10월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에서 처음 지원유세에 나서게 된다.

문 후보가 주목받았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2009년 5월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보여줬던 모습이었다. 30년 동지를 잃은 아픔 속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었던 냉정한 원칙주의자의 모습은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깨끗하고 선한 이미지로 이어졌다.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는 어떤 선거에도 나서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2004년 국회의원 총선거,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등에서 그의 이름은 끊임없이 출마 대상자로 거론됐지만 그는 계속 ‘차출’을 거부했다.

문 후보는 “정치는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자신의 역할을 대중 지도자가 아닌 고 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참모로 규정했다.

만 30세였던 1982년 노무현 변호사를 만난 이후 문 후보는 늘 노 전 대통령과 함께였다. 문 후보는 사법시험 동기였던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소개로 노 전 대통령과 만나 처음부터 ‘같은 과(科)’라는 동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들은 부산에서 같이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노동·인권 사건을 전문적으로 맡았고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에도 같이 활동했다.

사실 문 후보는 그 전까지는 노 전 대통령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1952년 6·25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경남 거제에서 피란해 온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연탄배달로 생계를 이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고학했다는 점은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하지만, 문 후보는 경희대 법대에 진학해 사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한 ‘엘리트’였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