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일반 묘역의 文’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선거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일반병사 묘역을 찾아 월남전 참전에서 사망한 김광민 하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대선후보는 후보 선출 뒤 첫날 행보부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달랐다. 문 후보는 당 지도부를 배제하고 사실상 ‘나 홀로’ 참배의 길을 택했고, 박 후보는 당 지도부가 대거 참여한 ‘단체형’ 참배를 했다.

두 후보 모두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 방문을 첫 일정으로 잡았지만 박 후보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까지 참배한 것과 달리 문 후보는 김 전 대통령 묘소에만 참배했다. 그 대신 문 후보는 박 후보가 들르지 않았던 일반 병사 묘역인 참전용사 묘역에도 참배했다.

또 박 후보가 국립현충원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달려갔던 것과 달리 문 후보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으로 달려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박 후보가 ‘국민 대통합’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첫 화두로 내걸었다면 문 후보는 ‘사람 중심, 일자리’라는 경제·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문 후보는 17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분화하고 김 전 대통령 묘역과 참전용사 묘역에 참배했다.

이날 문 후보의 국립현충원 방문에는 당 지도부는 물론 현역의원들 및 대선후보 경선캠프 관계자, 가족 등이 거의 동행하지 않았다. 윤후덕 비서실장과 진선미 대변인, 윤건영 수행팀장 등 최소한의 인원만 동행했다. 요란하지 않게 진정성을 갖고 참배하고 싶다는 게 문 후보의 뜻이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는 경선 과정 내내 문제가 됐던 ‘이해찬·박지원 담합론’을 의식해 이들 지도부와 자신과의 분리를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 측면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후보단일화를 앞둔 상황에서 문 후보에게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필요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당초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모든 현역의원들을 대동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문 후보가 국민적 조명을 받고 문 후보 중심으로 단합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단독 참배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8월21일 국립현충원 참배 때 당 지도부 및 60여 명의 전·현직 의원을 대동했었다.

문 후보는 또 이날 국립현충원 방문 때 이례적으로 일반 사병이 잠든 참전용사 묘역도 둘러봤다. 노영민 공동선대본부장은 “국가를 위해 이름도 명예도 없이 헌신한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며 “현충탑과 전직 대통령 묘소만 갈 것이 아니라 일반사병 묘역도 방문하고 싶다는 문 후보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 후보의 슬로건에 담긴 정신을 반영하는 일정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방명록에도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문 후보는 그러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는 찾지 않았다. 박 후보가 자신의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의 정적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박 후보는 당시 “현충원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몸 바친 분들이 계신 곳”이라며 국민 대통합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오남석·이화종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