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비정규직 차별대우 등 공정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대선 후보는 강도 높은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어 확실한 노선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제민주화 추진에 있어서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는 두 후보가 일맥상통하지만, 문 후보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근절을 목표로 삼는다면, 박 후보는 경제력 남용 방지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국민대통합’을 시대 화두로 제시한 박 후보는 지난 8월20일 수락 연설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국민행복의 첫걸음”으로 규정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차별 없이 대우받으며, 경제적 약자도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대기업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로 인한 문제점에 공감하면서도 지배구조에 직접 손을 대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따라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에 미온적인 입장이고, 신규 순환출자만 제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또 지난 7월 신문방송편집인토론회에서 “재벌 해체, (대기업) 때리기는 안 된다. 대기업이 갖고 있는 장점, 일자리 창출, 해외시장 진출, 성장동력 등의 긍정적인 면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경제력 남용보다는 (경제력) 집중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대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메스’를 대는 것으로 박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는 새누리당을 겨냥, “기존의 순환출자를 그대로 두는 것은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선거 구호용 경제민주화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금산분리와 관련해선 “이명박 정부가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재벌에 대한 견제 장치도 대부분 무력화했고 그중에 하나가 금산분리 완화”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이를 다시 되돌려 놓고 은행이 재벌들의 금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