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증거 문건 2619건이 공개되면서 합법과 불법 사이를 넘나들며 무차별 사찰을 벌인 지원관실의 행태가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을 확보하고도 기소하지 않은 당시 수사팀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민간인 사찰에 대한 불법성 여부 등을 다시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30일 “사찰 정황을 드러내는 2619건 문건과 관련해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며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포함해 불법성 여부에 대한 법리검토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KBS파업노조가 29일 공개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의 2008~2010년 사찰 문건 2619건에 따르면 지원관실은 검찰 수사로 알려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외에도 언론인, 노동조합원, 사업가 등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립학교 이사장 출신인 박모씨는 정태근 의원과 2번 가량 만난 사실이 1팀 보고에 올라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 패러디 그림을 병원 벽에 붙였던 서울대병원 노동조합과 시위 대상자들도 사찰 대상이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출연한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등 재계 및 화물연대나 현대차전주공장 노조 등 노동단체에 대한 사찰 사실도 드러났다.

지원관실은 언론사도 사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 중인 YTN노조 현황과 배석규 YTN 대표에 대해 ‘현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라고 표기한 문건이 공개됐다. 또 2009년 9월에 작성된 사건진행상황이라는 문건에는 KBS, YTN, MBC ‘사장교체방향보고’라고 나와 있고 비고란에 ‘BH(청와대)’라고 쓰여 있어 방송사 사장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인 사찰을 처음 보도한 MBC PD수첩의 역대 작가를 확인하거나 김인규 KBS 사장에 대해 ‘KBS색깔을 바꾸고 조직을 장악했다’고 평가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동향 파악 정도라고 하더라도 재계 인사, 언론인 등은 민간인으로 분류되며 의원도 선출직 공무원이라 일반 공직자와 별도로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찰은 업무 범위 밖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 정권에서 임명됐다가 이번 정권 들어 중도 퇴임한 공기업 임원들에 대한 전방위적 사찰도 공개됐다. 미행을 통해 고위 공직자의 불륜을 감시하거나 김종익씨의 주변인물들도 사찰 대상에 올린 정황도 나타났다.

이들 문건은 검찰이 2010년 수사 당시 1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압수해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종익씨나 남경필 의원 외 나머지 민간인 사찰 의혹은 기소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