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대책위원장의 동선(動線)에 ‘4·11 국회의원 총선거’ 판세와 각 당의 전략이 모두 담겨 있다. 여야 선대위원장 모두 격전지 혹은 전략적 요충지 위주로 동선을 짜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30일 제주·호남·충청 지역을 잇달아 방문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이날 강원지역에서 하루 종일 머물렀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 바람 차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전 부산을 3차례나 찾을 정도로 부산·경남(PK) 지역의 민주당 바람 차단에 전력을 다했다.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9일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10여곳이 넘는 선거구를 돌아다닌 데 이어 30일에는 열세로 분류되는 제주와 호남, 충청 지역 지원 유세에 나섰다. 제주 지역은 3석 모두 민주당 현역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새누리당 서울 강남갑 후보였던 이영조 후보가 4·3사건에 대해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폭동’이라고 해 새누리당이 공천을 취소하는 등 여당에 불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는 특히 30%가량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광주 서을의 이정현, 전북 전주완산을의 정운천 후보 지역을 중심으로 방문했다.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3개월이 넘어서야 처음 호남을 찾는 데다 호남 지역 30곳 가운데 13곳이나 공천하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대통령 선거 등을 생각하면 호남권을 버려둘 수만은 없다는 고충도 엿보인다.

한 위원장은 주로 박빙 지역이나 전략적 요충지를 누비고 있어 민주당의 전략과 초반 판세 분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9일에는 서울 영등포을, 강남을, 은평을, 종로, 동대문을 등 다섯 개 지역을 ‘찍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들 다섯 지역은 민주당이 ‘MB-박근혜 아바타 5인방’으로 꼽은 새누리당 후보들이 있는 곳이다. 게다가 판세도 박빙이어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놓칠 수 없는 곳들이다. 30일에는 강원 지역 공략에 나섰다. 대표적인 ‘여도(與道)’였던 강원은 지난 총선 때부터 민주당 바람이 불기 시작해 수도권, PK지역과 함께 또 하나의 승부처이자 총선 승부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한 위원장은 31일에는 서울 관악을, 경기 의왕·과천, 안양, 군포, 안산, 화성을, 1일에는 경기 파주, 고양, 김포, 부천, 시흥 등 수도권 지역을 훑을 예정이다. 서울 관악을은 통합진보당과 양당 후보 연대의 상징이 돼버린 곳이며, 경기는 박빙 지역이 수두룩해 당 차원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 지역이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