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투표소 확정에 애를 먹고 있다. 선관위는 이미 전국 1만3470개 투표소를 확정했지만 불교계가 종교시설내에 투표소 설치를 금지하도록 뒤늦게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30일 선관위에 따르면 현재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기로 한 곳은 17개다. 개신교 교회가 12개, 천주교 성당이 4개, 대순진리회가 1개다. 이는 18대 총선 당시 849개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현재 공직선거법 147조에 따르면 투표소는 투표구안의 학교 등에 설치해야 하지만 적합한 장소가 없는 부득이한 경우엔 종교시설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는 최근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금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선관위에 발송했다. 종평위는 “각종 선거 시 종교시설 내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은 특정종교시설에 출입을 강제해 헌법이 보호하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측은 “17개 종교시설 투표소 중 15곳은 정당, 장애인 단체 등과의 수차례 현장 실사에도 불구하고 적합한 장소를 찾지 못해 사용할 수밖에 없고 2곳은 정당 등의 의견을 수용해 정한 장소”라고 해명했다.

현재 선관위는 교통이 편리한 곳, 20평 이상의 적정 면적을 갖춘 장소, 장애인 등의 배려를 갖춘 장소, 유흥·접객업소 및 특정 정당·후보자와 관련이 없는 장소 등을 투표소 선정 기준으로 잡고 있다.

단독주택밀집지역이나 경사가 있는 지역, 고지대 등의 공공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결국 장소를 찾지 못한 일부 지역구에선 길거리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투표소를 설치하기도 한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전주 완산구의 2곳은 각각 400만원가량을 투입해 조립식 투표소를 짓기로 했고 경기 안산시와 대전 중구의 투표소에선 롤러스케이트장 등을 빌려 텐트를 설치할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실제 실사를 나가보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를 잡기란 쉽지가 않다”고 하소연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