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는 30일오전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노조사무실에서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장악·통제하기 위해 언론사들을 사찰했다“며 ”KBS를 망가뜨린 장본인 김인규 사장은 퇴진하라“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권주훈 기자 joo2821@newsis.com

국무총리실이 전방위로 벌인 불법사찰은 前정권 인사를 몰아내기 위한 용도였던 것일까.

KBS 새노조가 공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공직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벌인 것으로 보이는 사찰 내용들이 속속들이 나와 있다.

2008년 작성된 ‘하명사건 처리부’라는 문건에는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문식 전 국가시험원장,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 박규환 전 소방검정공사 감사 등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다. 이들 모두는 참여정부때 임명됐지만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과 전직 경찰 고위간부를 지내다 민주당에 입당한 홍영기 전 서울청장 등도 사찰을 받아온 것으로 보여진다.

또 2009년 실시된 ‘전·현직 고위 공직자 재산 관련 조사보고’에는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갑원 전 민주통합당 의원에 대해 아파트의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았는지 여부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들 역시 노무현 정부에 활동했던 인사들이다. 특히 김 전 장관은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정부 정책에 대해 대립각을 세워 온 인물이다.

여당 인사지만 ‘충남 홀대론’을 제기하며 정부의 세종시 원안 수정 방침에 반발해 온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도 사찰 대상에 이름이 올랐다. 당시 이 전 지사는 2009년 12월 도지사직을 자진사퇴했다.

이번 사찰 문건들이 공개되면서 그간 세간에서 떠돌기만 했던 현 정부의 ‘前정권 인사 솎아내기’ 의혹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사찰사례의 80% 이상이 참여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찰 문건 2619건 가운데 2200여건은 이 정부가 아니라 한명숙 현 민주통합당 대표가 총리로 재직하던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라는게 청와대 측의 입장이다.

4·11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안이 표심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자 청와대가 성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번 해명은 前정권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여서 오히려 야권에 불씨만 지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현아 기자 hacho@newsis.com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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