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지역구 의원의 25%를 교체하겠다는 기준을 내걸고 ‘총선 물갈이’를 공언했던 새누리당이 현역 의원을 탈락시킨 지역구에 전직 의원·지방자치단체장, 현직 의원 등 정치 경력자들을 대거 공천했다.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기 위해 추진됐던 현역 의원 탈락이 정치 신인 발굴이 아니라, 기성 정치인의 출마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이 5일 발표한 2차 공천안에 따르면, 공천자가 확정된 현역 의원 탈락 지역 9곳 가운데 7곳에서 비례대표 의원, 전직 의원, 구청장 등이 공천을 받았다. 정치신인이라고 할 만한 후보는 경기 안산 상록갑의 박선희 전 안산시의원과 경남 창원갑의 박성호 전 창원대 총장 등 2명 정도에 그쳤다.

현역 의원을 제치고 공천권을 따낸 후보들 중 다수는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이었다. 권택기(서울 광진갑), 강승규(마포갑) 의원의 지역구에는 정송학 전 광진구청장과 신영섭 전 마포구청장이 각각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다. 구청장으로 3선 연임을 한 윤태진 전 남동구청장, 재선 군수 출신 안덕수 전 강화군수는 4선의 이윤성(인천 남동갑), 이경재(인천 서·강화을) 의원 지역구에 공천을 받았다.

현역 의원을 탈락시킨 자리에 전·현직 의원을 공천한 지역구도 있었다. 유정현 의원의 지역구인 중랑갑에는 비례대표 김정 의원이, 윤석용 의원의 지역구 강동을에는 비례대표 정옥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정해걸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경북 군위·의성·청송 선거구에는 이 지역 17대 국회의원이었던 김재원 전 의원이 낙점됐다. 일부 후보들은 새누리당 당규에서 공직후보자 추천 부적격 사유로 규정한 탈당 전력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광진갑의 정송학 전 광진구청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공천 탈락한 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었고, 인천 서·강화을의 안덕수 전 강화군수도 2010년 지방선거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총선 출마를 위해 군수직에서 사퇴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