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21년 12월 14일 미국 뉴멕시코주 화이트 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가 발사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에 ‘에이태큼스’ 허가

미사일사거리도 늘려 적극지원
트럼프 집권한 뒤 종전에 대비
우크라에 유리한 협상조건 마련
러의 대서방 무력보복 우려 커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지대지 미사일을 통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가한 데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한 러시아군에 대한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허가한 적은 있으나 러시아 본토에 대한 허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군 사상자를 늘려 북한의 추가 병력 파견을 막으려 러시아와 확전 위험을 무릅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또 조기 종전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전까지, 러시아의 본토 쿠르스크 탈환 작전을 최대한 저지해 향후 우크라이나가 유리한 조건으로 종전 협상에 임하게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도 자국산 순항 미사일 사용을 허가하면서, 러시아가 핵을 동원한 대서방 위협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한 에이태큼스 사용을 허가한 것은 러시아가 북한군을 전투에 투입한 것에 따른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태큼스가 전쟁의 향방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주요 목표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미국 결정에 영국과 프랑스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을 위해 사거리 약 250㎞인 스톰섀도와 스칼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을 상대로 무력 보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결정에 따른 확전 위험보다 장점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북 경고 메시지와 함께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를 사수하는 데 큰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지 크게보기

NYT는 에이태큼스가 러시아와 북한 병력, 러시아 종심에 위치한 주요 군수지역을 타격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트럼프 당선인 집권 전인 올해까지 쿠르스크를 탈환한다는 목표로, 북한군을 포함한 5만 명의 병력으로 대규모 공세를 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뒤 우크라이나가 점령당한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하는 방식으로 종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서 쿠르스크를 러시아에 빼앗긴 자국 영토 일부를 돌려받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원도 이를 고려한 것이다. 이날 미국의 에이태큼스 사용 제한 해제 소식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공격은 말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사일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이날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120발과 드론 90기를 동원한 공격을 퍼부었다. 이번 공격으로 대규모 전력시설 손실과 9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력망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전국적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정전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