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금융위원장, 증권사 사장들과 간담회 김석동(오른쪽) 금융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금융위원회에서 증권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긴급간담회를 하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미국의 신용강등 ‘쓰나미’가 실물경제에 곧 밀려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산업계가 ‘초비상’ 상태다.

경제위기가 금융을 거쳐 실물경제로 전파되기까지 3~4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하반기(7~12월)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위기상황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주력하면서 고급화 및 현지화 전략 등 위기극복 시나리오 마련에 여념이 없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미국의 신용강등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을 가늠하면서 하반기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LG전자는 미국 신용강등으로 더블딥(경기회복 국면에서 다시 침체)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보고 각 사업본부별로 시장 상황에 맞춰 융통성있게 경영계획을 재수립하는 ‘이동계획’ 점검에 착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실시간 환율 및 원자재 가격 모니터링을 통해 유동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비상계획을 짜고 있다”며 “채권 및 환율 관리를 강화하고 금융비용 상황도 긴급 점검해 경영효율화를 극대화시켜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사태 발원지인 미국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북미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가 수출 등에 미칠 영향을 긴급 점검하는 한편, 최지성 부회장 등 수뇌부들이 곧 사태를 점검하기 위한 전략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도 시나리오 경영에 착수했다. 현대·기아차는 주요 판매 시장인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빅3 시장’ 위축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주요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도 철강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원가절감 목표를 1조4000억원에서 상향조정하고 3분기(7~9월) 설비 개·보수 작업을 앞당겨 시행키로 했다.

현금확보에도 여념이 없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나선 SK와 STX 등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향후 조달금리 변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현금 보유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들은 더블딥에 의한 세계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해외 현지 공장의 생산비중을 늘리는 현지화 전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주요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적으로는 해결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당초 계획했던 올해 투자계획은 예정대로 집행할 방침이다.

임대환·김남석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