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아시아 증시에서 출발한 ‘주가 대폭락 쓰나미’가 유럽과 미국증시를 덮친 데 이어 9일 오전 아시아 증시를 다시 강타했다.

순차적으로 열리는 아시아, 유럽, 미국 증시가 돌아가며 폭락하는 ‘공포의 부메랑’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오전 국내 코스피지수는 장중 1700선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시장이 ‘패닉’에 빠져들었다. 이날 외국인은 장 초반부터 56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일 7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던 개인들은 일단 순매수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6거래일 이상 순매도를 지속하며 이날 오전까지 2조4000억원 이상을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팔아치웠다. 2일부터 9일 오전 11시15분까지 국내 코스피시장에서 시가총액은 257조9530억원이 증발했으며, 코스피지수는 468.90포인트(21.58%) 주저앉았다.

무엇보다 밤사이 나쁜 소식만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대형 악재 발표가 주말 시장이 열리지 않는 시간에 나오면서 장이 열릴 때까지 심리적 충격이 어느정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여지 없이 큰 폭 하락 마감했다. 아시아의 하락이 전세계를 돌아 다시 아시아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아시아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은 유럽증시의 낙폭은 컸다. 주요 지수는 2년만에 최저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날 영국 FTSE지수는 전거래일대비 178.04포인트, 3.39% 하락한 5068.95로 장을 마감했다.

독일 DAX지수도 5.02%나 급락하며 6000선 아래로 추락했고, 범유럽권 지수인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3.97% 하락하며 지난 2009년 8월 이후 2년만에 최저수준까지 내려갔다.

아시아와 유럽증시가 폭락하자 미국 증시도 온전할 리 없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각각 5%와 6%이상 급락했다. 지난주 12000선이 붕괴됐던 다우지수는 11000선도 버티지 못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634.76포인트(5.55%) 하락해 10809.85에 거래를 마감, 하루 낙폭으로는 뉴욕 주식시장 115년 역사상 6번째로 컸다.

알비온 파이낸셜그룹은 미국 증시에서 7월25일부터 8월8일까지 1조9300억달러(2076조원 상당)가 사라졌다고 추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신용평가기관이 뭐라고 하든 우리는 언제나 ‘AAA등급’ 국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지만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