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침체가 지속될 경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4.5%와 4.0%로 잡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출이 상반기(1~6월)에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번에 금융시장 침체로 소비와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하반기(7~12월)에는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정부가 정한) 4% 중반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LG경제연구원)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4.1%가 아직 유효하다고 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 전망치도 안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올해 4% 성장률이 가능한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이 어느 정도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미국의 재정문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금융시장 불안 국면이 길어지게 되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게 된다”면서 “현재 경제 대외적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한 경제성장률 수치는 전망치인 동시에 정책의지”라며 “다만 지금은 달성 가능 여부보다는 이를 목표로 최대한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물가상승률도 정부 전망치를 어긋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올들어 소비자물가는 7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하면서 7월까지 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4.4% 오른 상태다. 이러한 물가를 정부의 전망치 내에서 잡으려면 향후 5개월간 평균 물가상승률을 3.4%로 낮춰야 하지만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정택(국제통상학) 인하대 교수는 “물가는 정부가 전망한 4.0%를 지키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물 경제가 무너지지 않을 정도라면 4% 등 성장률 수치에 매달리기보다 물가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