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온 자문형 랩의 수익률이 최근 증시 약세장에서 곤두박칠치고 있다.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 탓에 주가지수가 내려가면 수익률 방어에 매우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유럽발 공포에 휩싸여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자문형 랩 성적은 주가지수는 물론, 펀드 수익률을 훨씬 밑돌았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고수익을 내는 대박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자문형 랩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증권사가 판매한 주요 자문형 랩의 수익률은 지난 1∼5일 평균 마이너스(-)11.22%였다. 이는 제로인이 취합한 같은 기간 일반 주식형펀드 수익률 -6.52%의 절반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 8.88%보다 손실률이 훨씬 높다.

증시 급락장에 자문형이 매우 위험하다는 그간의 경고가 사실로 나타난 것. 자문형 랩 시장 1위 브레인투자자문의 한 상품은 1주일새 12.28% 하락했다. 브레인투자자문의 상품은 대부분 두자릿수의 하락률을 보였다. 자문형 랩 상품은 1개월은 물론 3개월 수익률도 모두 원금 손실 수준이다.

자문형 랩은 자동차, 화학, 정유 등의 종목에 집중 투자했는데 이들 업종이 급락장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더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일부 상품은 차·화·정 투자 비중이 75%를 넘을 정도로 ‘몰빵’ 투자를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때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자문형 랩은 만신창이가 됐다. 2009년 또는 2010년 상반기(1∼6월)에 출시된 자문형 랩이 20% 이상 수익률을 냈을 뿐 2010년 하반기(7∼12월)에 출시된 대부분 상품은 수익률이 한자릿수이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