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0…아자 아자! 중국 자유(加油)!”

8일 새벽 0시 정각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광장 앞. 올림픽 개막일 카운트다운 시계탑이 ‘제로’를 가리키는 순간 모여 있던 시민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시내 곳곳에서 밤잠을 설치며 개막일을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서 박수치는 소리, “중국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이어졌다. ‘카운트다운 제로’를 알리던 시각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100년을 기다렸고 7년을 준비한 베이징올림픽이 8일 개막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 톱으로 올렸다. 통신은 “마침내 그날이 왔다”며 감격스러운 순간을 전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올림픽은 자원봉사만도 150만명이 참여한다.

개막일인 8일 베이징엔 세계 각지에서 온 VIP들로 가득했다. 이날까지 이명박 대통령,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100여명의 세계 각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베이징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회장,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의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들도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항은 한국의 ‘공군 1호기’와 미국의 ‘에어 포스 원’ 등 VIP용 특별기와 전용기들로 꽉 찼다. 특급호텔과 호화숙박시설들이 귀빈들 차지가 되면서 베이징은 ‘정상들의 야영장’이 됐다.

중국은 정상외교 드라이브에 속도를 냈다. 중국 외교부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지도부가 총출동돼 남북한,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 양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포함해 70여 차례의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반가운 ‘귀빈’(貴賓), ‘희빈’(稀賓)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달갑지 않은 ‘자빈’(刺賓)도 있다. 티베트 독립문제나 중국의 인권현실을 고발하는 사람들, 베이징 시내 대기오염 같은 문제에 시비를 거는 인사들은 ‘자빈’으로 불린다. 칼을 감춘 자객과 같다는 뜻이다. 7일 톈안먼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된 미국인들이 이를테면 ‘자빈’들이다. 3명의 종교운동가들은 이날 광장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시위를 벌이다 사복경찰들에의해 모두 연행됐다. 중국 언론들도 숨가쁜 올림픽 레이스에 돌입했다. 신화통신은 “1000년 전 중국의 명함은 ‘비단’이나 ‘차’, ‘도자기’였고, 100년 전 우리의 명함은 ‘동아병부’(東亞病夫·동아시아의 병든 나라)였다”면서 “이제 개혁개방 30년을 맞은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이라는 또 다른 명함을 내밀게 됐다”고 감격해 했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점화 방식은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에 부쳐졌다. 개막식 총감독을 맡은 장이머우(張藝謀)는 “개막식 절정은 성화 점화”라고 말해 더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관련,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의 주요 관계자가 ‘주롄비허’(珠聯璧合)라는 힌트를 내놓아 시선이 모아진다. ‘진주가 하나로 꿰이고 옥이 한군데로 모인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인터넷판은 ▲하늘을 나는 금봉황(金鳳凰)들의 점화 ▲여의주를 희롱하는 구룡(九龍)의 동시 점화 ▲5행(行)을 상징하는 5인의 사람과 5마리 용봉(龍鳳)의 동시점화 등 3개 방식을 추측해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개막식 출연진과 모든 관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보안 엄수서약을 한 상태이며 이 서약을 어기면 중벌(징역 7년)을 받도록 돼 있다.

베이징 = 허민특파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