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스포츠 세계 10대 강국’ 수성을 노린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엔 ‘올림픽 첫 출전’에 도전하는 종목의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얕은 선수층에, 변변한 지원없는 비인기종목 선수들로 오직 개인의 열정과 노력으로 올림픽 본선 티켓을 조국에 바쳤다. 이들의 도전은 메달보다 값진 밑거름이 돼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밝혀 줄 희망이 되고 있다.

한국 남자 사이클이 낸 유일한 출전자 박성백(24·서울시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남자 사이클 도로 종목에 첫 출전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2006년 아시안게임 2관왕에 이어 지난해 ‘투르 드 코리아’우승으로 한국 도로 사이클의 간판이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그는 완주조차 불투명하다. 올림픽 개인도로는 투르 드 프랑스 등에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세계 정상급 도로사이클 선수들이 모두 나서는 ‘별들의 잔치’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출전 자체에 의미를 둔 박성백은 이번 대회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9일 톈안먼 광장에서 출발하는 245.4㎞ 구간의 남자 개인도로를 달리는 박성백은 “앞으로 기회가 많은 만큼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서 앞으로 한국이 도로 사이클에서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종목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02·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2관왕을 차지한 최준상(30·삼성전자) 역시, 승마(마장마술)에서 유일하게 출전하는 한국선수다. 마장마술은 1988년 서울 대회에서 개인전(서정균) 10위에 올랐지만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했을 뿐 올림픽에서 자력 진출은 이번이 처음.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배정된 단 1장의 개인전 출전권을 거머쥔 것. 마장마술 인구가 40여 명에 불과한 국내 현실에서 그의 올림픽 본선 진출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50명이 출전해 1차 예선을 벌인 뒤 상위 25명이 2차 예선에 오르며 이 중 15명이 결선을 치러 우승자를 가린다. 최준상은 일단 2차 예선(준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경기 장소인 홍콩에 도착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준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겠지만 꼭 잘해서 올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카누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순자(30·전북체육회)는 2006 도하아시안게임 K-2 500ｍ 동메달을 따내는 등 아시아에서는 상위권에 오른 한국 카누계의 보물과 같은 존재. 이번 올림픽에서 여성 카약 1인승(K-1) 500ｍ에 출전하는 이순자는 지난 5월 일본 고마쓰(小松)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 여자부 K-1 500ｍ에서 1분59초53으로 2위를 기록해 올림픽 출전권을 땄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와일드카드 자격으로만 올림픽에 출전해 온 한국 카누가 이순자처럼 예선을 거쳐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카누의 실력이 점차 세계 무대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음을 입증한 셈. 이순자는 “최우선 목표는 내가 갖고 있는 한국기록(1분55초36)을 깨는 것이다. 그러면 자동으로 결선 진출이라는 부산물도 따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최명식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