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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국제공항’ 무안 47건
스프링클러 관리부실 등 적발

대구=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활주로, 콘크리트 둔덕 등 복합적 문제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화재예방안전진단제도 도입 이후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지난해 처음 실시한 전수 점검에서 소방시설 등을 부실하게 관리해 약 1800건이 무더기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난 무안공항도 47건에 달했다. 화재예방안전진단은 각 공항 측이 화재예방안전진단기관들에 의뢰해 지난해 1년 동안 진행됐으며 공항시설 내 모든 건축물이 해당됐다.

31일 소방청이 이들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화재예방안전진단’ 자료에 따르면 전국 15개 공항을 대상으로 한 소방, 위험물, 전기, 가스 등 점검에서 모두 1796건이 관리 상태가 미흡한 ‘불량’으로 지적됐다. 주요 사항은 스프링클러 설비 헤드 살수 장애, 자동화재탐지설비 감지기 유지관리·유도등 점등·위험물 저장소 등 표지판 유지관리 불량을 비롯해 전기설비 노후, 가스시설 배관 및 누설차단장치 유지관리·방화구획 및 방화문 등 피난방화시설 설치 관리 불량 등이다.

인천공항이 921건으로 가장 많았고 김포공항 313건, 김해공항 133건, 제주공항 101건, 대구공항 58건 등이었다. 특히 이용객이 적어 ‘무늬만 국제공항’으로 불리며 대형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도 연료 저장시설 표지판 문제, 전선 노후, 스프링클러 관리 부실, 배관과 가스 누설차단장치·자동화재탐지시설 관리 불량 등 47건에 이른다. 이 공항보다 이용객이 많은 청주공항(46건), 여수공항(35건), 광주공항(24건) 등을 웃돌았다.

화재예방안전진단은 여객·화물터미널, 관제소, 통신·기상관측·운항관리·부대시설 등 활주로를 제외하고 건축법상 허가받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화재예방안전진단제도는 2021년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 2022년 전남 여수산업단지 폭발 사고 등 대형 사고 증가로 2022년 12월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재예방법) 제정에 따라 도입됐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피해가 큰 공항, 철도, 도시철도, 공동구, 항만, 발전소, LNG 공급시설, 지역 배관 등 가스시설 등 8개 특별관리시설이 대상이며 진단은 시설별로 5년 주기로 진행한다. 지난해엔 전국 공항이 대상이었다. 화재예방안전진단기관 직원 10여 명이 해당 지역 공항별로 점검했으며 지역 소방서에서 시정 명령을 내렸다. 소방청 관계자는 “공항별로 개선 요구 사항이 없으면 이상할 정도였다”고 말해 화재예방에 대한 전국 공항 당국의 안이한 대처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