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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라이저 안전·관리 부실

무안은 264m에 구조물 위치
“규정이내”지만 국제기준 미흡

높은 둔덕에 콘크리트 구조물
대형참사 키운 원인으로 지목
로컬라이저 이상 경고도 2차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 착륙 유도 안전시설)’가 설치된 ‘죽음의 둔덕’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구조물이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해외 기준에 비해 크게 미흡한 데다 일부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설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지 크게보기무너진 로컬라이저 31일 오전 전남 무안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현장에 사고 여객기와 충돌한 로컬라이저(방위각, 착륙 유도 안전시설) 잔해물이 널려 있다. 백동현 기자

국토부 관계자는 31일 무안공항 설계와 관련, “건설까지는 서울지방항공청이 담당했고 준공 후 부산지방항공청으로 이관돼 설계까지는 서항청 담당이 맞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업은 턴키 사업(설계와 공사를 묶어서 발주하는 사업)이었고 서항청이 발주해 금호건설이 담당했다”고 부연했다.

이번 사고가 대형 참사로 커진 데는 ‘랜딩 기어’(비행기 바퀴) 없이 동체 착륙이 진행됐다는 점과 더불어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에 충돌하며 폭발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된 탓에 사고기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항시설법 등에 따르면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안전을 위해 활주로 끝으로부터 정하는 여유 공간) 내 구조물은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해야 하고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으로부터 264m 지점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에 따르면 종단안전구역은 활주로 끝부터 최소 90m 거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국토부는 240m를 권고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안공항 종단안전구역은 199m로 설정돼있어 국토부는 규정에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조약은 세부 기준에서 “사고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활주로를 이탈하는 ‘오버런’ 사고 중 다수가 활주로 끝으로부터 300m 이내에서 발생했다”며 종단안전구역을 300m로 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ICAO는 견고한 구조물이 300m 이내에 위치할 경우 부러지기 쉬운 구조물로 교체하거나 300m 이상 떨어진 위치로 옮길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심지어 미 연방항공청(FAA)은 종단안전구역을 305m로 정하고 있다. 국내 규정에는 맞지만 국내 기준이 해외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국내 규정에 어긋났다는 주장도 있다.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에서 로컬라이저 등 장애물은 항공기에 대한 위험이 최소가 되는 장소에 설치해야 하며 부러지기 쉬운 받침대에 장착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조종사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문제였다. 항공정보통합관리 항공고시보를 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사이 무안공항에는 두 차례의 로컬라이저 관련 ‘노탐(NOTAM·Notice to Airmen)’이 발령됐다. 노탐이란 조종사 등에게 공항에 문제가 생겼다고 알리는 경고성 고시로 지난해 9월 6일부터 20일까지, 올해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이뤄졌다. 이 기간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로컬라이저 시설이 참사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에 국토부는 “여주, 포항, 청주 등에도 비슷한 콘크리트 로컬라이저 시설이 있다”고 밝혔지만 같은 기간 위 공항들에는 로컬라이저 문제로 인한 노탐이 내려진 적이 없다. 운행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단 한 차례 있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로컬라이저 노탐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구혁·전수한 기자